[친절한 쿡기자] 광대냐 달빛이냐… 끝나지않는 88고속도로 네이밍 논란 기사의 사진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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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을 기점으로 ‘88올림픽’ 고속도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젠 광주대구 고속도로입니다. 88고속도로는 중앙분리대 없는 2차선에 꼬불꼬불 설계로 교통사고가 전국 고속도로 평균보다 1.6배 높았습니다. 또 사고가 났다하면 중대형이 많아 치사율 1위였습니다.

88고속도로는 그래서 1984년 개통 이래 ‘죽음의 도로’, ‘44내림픽’ 고속도로라고 놀림 받았습니다. 동서 화합을 위한 도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은 물론입니다.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을 촉발시킨 뒤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이 88올림픽 유치를 기념해 뜬금없이 작명한 고속도로라 더 허망했습니다.

새로 변신한 광주대구 고속도로는 전 구간 4차로 이상입니다. 도로도 곧게 폈습니다. 교차로도 평면에서 입체로 바꿨습니다. 안개에 대비한 시선 유도등, 비탈면 경고시스템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논란입니다. 역시 이름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이 도로를 줄여서 ‘광대’ 고속도로라고 부른답니다. 누가 시켜서 그러는 건 아니고, 서울~부산 고속도로를 경부, 서울~인천을 경인이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또 1997년부터 고속도로는 시작점과 종착점을 명칭의 앞뒤로 하기 때문에 이제 와서 ‘대광’이라고 바꿀 수도 없답니다.

이에 개통 전부터 대구시 의회와 대구 및 광주 시민단체가 나서 차라리 ‘달빛’으로 해달라고 했습니다. 달구벌 대구의 ‘달’에 빛고을 광주의 ‘빛’을 합친 겁니다. 그럼에도 추상적이란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일부러 참석해 개통식까지 열었는데도 명칭에 대한 논란이 식지 않자, 급기야 국토교통부 도로정책과 과장이 라디오에 등장해 광주대구 고속도로 이름의 타당성을 직접 말했습니다. 국토교통부 과장은 23일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나와 “익산 포항 고속도로, 당진 영덕 고속도로, 평택 제천 고속도로 이렇게 명칭이 많다”라며 “그렇다고 익포선, 당영선, 평제선 이렇게 부르진 않는다”라고 항변했습니다. 자꾸 광대 고속도로로 부르는데 대해 억울해 보였습니다.

국토부 과장은 또 “후보군에 달빛 고속도로를 포함해 동서화합선, 광주 대구선 등 논의를 했다”라며 “대부분 지자체와 전문가가 달빛 보다는 원칙에 맞고 운전자가 쉽게 알 수 있는 광주대구 고속도로가 맞다는 의견이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도로정책 심의회를 거쳐 최종 광주대구 고속도로로 관보 게재까지 마친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이제와서 또 이야기하는 건 중앙정부의 정당한 행정에 뒷다리 잡는 격이란 뜻입니다. 중앙정부 명칭과 달리 지자체에서 달빛을 쓰는 건 굳이 말릴 순 없다는 의견도 표명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도로나 다리, 그리고 역 이름에 지나친 애정을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이웃 고을끼리 4년 가까이 싸우다 결국 이름을 전부다 넣어서 병기하기로 한 KTX ‘천안아산(온양온천)역’ 케이스는 행정학 갈등관리 교과서에 나올 정도입니다. 괄호 안 온양온천까지 절대 생략해선 안 되고 여덟 글자 풀네임으로 써줘야 합니다. 전남 여수와 광양을 잇는 이순신대교, 무안 신안 사이 김대중대교는 다리 이름을 가지고 싸우다 제3의 이름을 선택한 케이스입니다.

지난 10월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천역이 잠실새내역으로 바뀌었습니다. 연세대가 있는 2호선 신촌역과 헛갈린다는 이유가 있었지만, ‘잠실’ 브랜드를 가져가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 ‘강남 속 강북’이라고 놀림 받던 신천역의 변신으로 2호선에는 잠실새내역, 잠실역, 잠실나루역 등 온통 잠실 천지입니다. 9호선 신반포, 구반포, 7호선 반포역까지 반포 천지인 것과 비슷합니다. 네이밍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이를 아름답게 가꾸는데 보다 더 신경 썼으면 좋겠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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