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틀에 갇히긴 싫어” 배우의 고집이란… kmib가 만난 스타 기사의 사진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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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찢어죽이고 때려죽이고 이런 것만 시켜가지고(웃음). 것도 좋지만, 이제는 상투 그만 틀고 현실로 돌아와야죠. 얼마나 이야기꺼리가 많습니까. 얼마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세상이 펼쳐지고 있습니까.”

영화 ‘명량’(2014)으로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쓴 배우 최민식(54)이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미술관에서 만난 그에게 이순신 장군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이번엔 총을 들었다. 영화 ‘대호’에서 조선시대 명포수 천만덕으로 분했다.

작품을 제안 받고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영화의 ‘진짜’ 주인공 대호가 CG(컴퓨터 그래픽)로 잘 구현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무리 메시지가 훌륭하다고 한들, 호랑이가 고양이처럼 나오면 말짱 꽝이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었다. 다행히 완성본을 본 뒤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그럼에도 출연을 결정한 건 “영화가 전달하려는 가치관에 501% 공감했기 때문”이란다. 자연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생명을 존중하는 우리네 삶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가. 최민식은 이 얘기를 하고 싶었다.

“삶에서 터득한 룰과 각자의 가치관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숭고하고 소중한 모습들이 인간의 그릇된 욕망·탐욕과 얼마나 대비가 되느냐. 이런 것이 자연스럽게 전해지길 바란 거죠. 억지로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작품에서 최민식 연기력은 역시나 돋보인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그는 본인 연기에 대한 언급을 줄였다. 오히려 후배들 공을 치켜세웠다. 극중 아들로 나온 아역배우 성유빈을 칭찬을 한참 늘어놨다. 정석원이 연기한 류 역의 전사가 많이 생략됐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어떤 분야의 한계를 초월한 이에게 풍기는 느낌이란 이런 걸까. 그러나 최민식은 여전히 “스스로를 계속 다그치고 돌아본다”고 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켜온 주관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야 최민식. 너 뭐 때문에 이 작업 해? 돈? 인기? 네가 진짜 바라는 게 뭐야? 네가 원래 어떤 배우가 되려고 했던 건데?’ 물어보면 답이 나와요. 그럼 내가 얼마나 굴절되고 비틀어져 있는지 보이잖아요. 남이 알아주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결과적으로는 내 만족이니까요.”

지금껏 지치지 않고 배우의 길을 걸을 수 있던 원동력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민식은 “자꾸 작품 외적인 것에 휩쓸리고 칠렐레 팔렐레 해봤자 돌아오는 건 상처밖에 없다”며 “결국 내가 하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자신의 소박한 철학으로 밀고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대중 앞에 서는 놈이 어떻게 대중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겠어요. 그럼 아예 이 일을 하면 안 되죠. 그러나 그게 기준이 돼선 안 될 것 같다는 거예요. 내가 진짜 즐기면서 해야 보는 이들도 좋아하는 거죠. 작품을 할 땐 철저하게 자기 얘기를 해야 돼요.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서 관객에게 대화를 거는 거죠.”

최민식은 “난 어떤 프레임 안에 갇히는 게 싫다”며 “알게 모르게 그런 반항심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좀 또라이 기질이라고 해야 하나(웃음)? 세간의 평가에서 가급적 자유롭고 싶어요.”

배우의 꿈은 고등학교 때 학교 땡땡이치고 찾았던 중앙극장에서 움텄다. 극장에서 도시락 까먹고 자다 깨며 수많은 영화를 봤는데, 그렇게 본 영화들이 너무 좋았던 거다. 그렇게 최민식의 영화 인생이 시작됐다.

최민식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천만덕이 산군(山君)을 생각하는 것만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너무 잘난 척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멋쩍어하면서도 눈빛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가 목표로 하는 ‘좋은 배우’란 무엇이냐 물었다. “작품 잘 하는 배우”란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 사는 모양새를 다루는 직업이잖아요. 끊임없이 사람에 대해 연구해야 돼요. 이게 끝이 나요? 꽃단장하고 판판이 놀려면 그럴 수도 있겠죠. 근데 이걸 제대로 공부하려고 하면 끝도 없다니까요?”

최민식은 여전히 해보고 싶은 게 많단다. 다양한 역할을 해볼 만큼 해보지 않았냐는 말에 “아니다”라며 발끈했다. “뭔가 확 치밀어 오르는 듯한 멜로는 어떨까요. 이것저것 해봐야죠. 감독들 만나면 다리 좀 놔주세요. 더 나이 먹기 전에(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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