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당신이 112를 눌러야 할 때 기사의 사진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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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아이의 시신을 훼손해 장기 보관한 부모까지 나온 세상입니다. 심리분석 결과 이 부모는 사이코패스가 아닌데도 그랬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사건 중 하나가 가정 내 폭력, 그 중에서도 아동학대 건입니다. 시민단체와 경찰은 그래서 ‘이웃집’과 ‘우리반’ 아이에 대한 작은 관심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구호단체 굿네이버스는 18일 페이스북에 “당신이 112를 눌러야 할 때”라며 “아동학대라고 의심되는 경우들”이란 제목을 달고 8가지 관찰 포인트를 제시했습니다. 굿네이버스는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집에서 일어납니다”라며 “이웃의 아이들, 우리반 아이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순간들을 정리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첫 번째는 “별다른 이유없이 잦은 지각, 결석”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경찰이 전국의 장기 미등교 초등학생의 행적을 일제히 뒤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친아들 사망 유기 건이 벌어진 부천 사건도 이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두 번째는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이 꼽혔습니다. 지난달 인천에서 초등학교 고학년인데도 120㎝ 키에 16㎏ 몸무게에 불과했던 여자 어린이도 얇은 옷에 맨발로 돌아다닌 점을 이상하게 여긴 슈퍼마켓 주인의 신고로 구출될 수 있었습니다.

“부모를 지나치게 무서워” 한다거나 “계속 들리는 이웃집 울음소리, 비명소리”도 신고 포인트로 꼽혔습니다. 부모를 무서워하는 징후로는 아이가 귀가를 꺼려하는 지 교사가 잘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겨드랑이, 팔뚝, 허벅지 안쪽 등 “다치기 어려운 부위의 상처들”도 살펴봐야 하고 “보호자가 병원에 잘 보내지 않음”이라면 더더욱 지속적 폭력행사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굿네이버스는 “실수에 대해 과잉 반응을 보일 때”도 아이를 잘 살펴보라고 충고했습니다. 지속적 학대에 무언가 두려움을 느끼는 징후로 꼽은 겁니다. 이어 물리적 폭력보다 더 무서운 성적 폭력 내지 방관의 징후로 “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 행동”을 언급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조숙한 성지식, 성적인 묘사를 한 그림 등”이라고 했습니다.

굿네이버스는 “아동학대 신고는 참견이 아닙니다”라며 “아이들을 지키는 소중한 참여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굿네이버스와 함께 ‘착한신고 - 아동학대 신고전화 112’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서울경찰 역시 “당신은 과연 어떤 보호자인가요”라고 물으며 지난 14일 ‘아동학대 지수’라는 것을 페이스북에 선보였습니다. 다음의 9가지 항목을 읽고 체크해보라고 했습니다.

1. 아동에게 경멸적인 언어폭력 - “돼지야” “나가죽어라” “애비 없는 자식”

2. 아동의 감정 무시하거나 모욕 - “매운 음식 먹을 때 물 마시지 못하게 함”

3. 아동의 신체부위를 때림 - “맨손이나 발, 사랑의 매 도구 이용”

4. 공포분위기 조성하며 고함지름 -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혼자 놔두고 갈 거야”

5. 과도한 신체접촉·아동의 신체 노출 - “사람들 앞에서 속옷 갈아입힘”

6. 아무도 없는 빈 장소에 가둠 - “화장실 창고 등”

7. 기본적인 보호·양육에 소홀 - “식사 챙겨주지 않음, 상한 음식을 먹게 함”

8. 위험상황·비위생적 환경에 방치 - “칼 가지고 놀아도 내버려둠, 기저귀를 장시간 갈아주지 않음”

9. 필요한 의료처치를 제공하지 않음 - “아파도 병원에 데려다 주지 않음”

서울경찰은 “1개 이상 ‘있다’에 체크한 경우 해당 항목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단 하나라도 있다면 주의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의붓딸을 마구잡이로 때려 숨지게 한 칠곡 계모 학대 살인사건의 당사자도 “아이를 사랑으로 키웠다”고 말했습니다. 반찬을 남겼다는 이유로 팔을 180도 가량 벌린 뒤 체중을 실어 꼬마의 뺨을 때린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도 “훈계를 했을 뿐”이라고 폭행 이유를 둘러 댔습니다. 우리는 그때마다 “악마를 보았다”라며 흥분했지만, 해결책 마련에 힘쓰지 못했습니다. 적극적 신고만이, 착한 개입만이 비극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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