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일본군이 평화와 사랑? 항암제 좀”… 국뽕 애니의 역사 부정 기사의 사진
게이트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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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일본군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잔혹했습니다.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 점령한 주변국에서 강제적으로 군사를 징용하거나 노역에 동원했습니다. 남성들을 전장과 탄광에서 죽음으로 내몰았고 여성들을 성노예로 삼았습니다.

미국, 영국, 러시아(옛 소련)군 포로도 일본군의 만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항복을 수치로 여겼던 일본군은 전장에서 죽지 않고 붙잡힌 적국의 포로들에게 가혹했습니다. 포로들은 굶주림, 질병, 노역에 시달렸습니다. 일본군에 붙잡혔던 영미군 포로의 사망률은 27%로 알려졌습니다. 나치 독일군에 의한 영미군 포로의 사망률로 알려진 3~5%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민간인 학살도 자행했습니다. 일본군이 1937년 난징대학살에서 6주간 살해한 중국인은 약 3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사망자 수를 놓고 양국에서 논쟁이 있지만 너무 많은 민간인이 살해된 역사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제국주의의 광풍에 휩싸였던 20세기 초반은 일본인들에게 부끄러운 역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를 왜곡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우리나라 네티즌들 사이에서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일본 자위대를 소재로 그려진 애니메이션 ‘게이트: 자위대. 그의 땅에서, 이처럼 싸우며’(이하 게이트)가 논란의 장본인입니다. 일본 도쿄도의 지역방송사 도쿄MX가 지난해 7~9월 방영했고 오는 2월 새로운 내용을 방영할 예정인 애니메이션입니다.

논란은 21일 유머사이트 웃긴대학에서 불붙어 SNS로 퍼지고 있습니다. 일본이 만화나 영화처럼 전파하기 쉬운 문화콘텐츠를 이용해 역사왜곡을 시도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게이트의 경우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미화까지 시도합니다. 이런 정황은 장면과 대사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 네티즌들의 공분을 가장 크게 일으킨 부분은 자위대가 중세 유럽처럼 보이는 가상의 국가에 노예로 붙잡힌 일본인 여성을 구출하고 응징한 뒤의 장면에서 나옵니다. 가상의 국가 사람들은 항공자위대의 전투기에 폭격을 당하고 폐허로 바뀐 성에 모여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반성하는 표정으로 말이죠.

“일본은 국민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자국민에게 한정하지 않습니다. 포로라고 해서 죽이거나 노예로 삼지 않습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포로를 치료합니다. 적이라고 해서 돈을 받고 팔지 않습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1945년 무장해제를 당했습니다. 자위대는 군이 아닙니다. 적어도 아베 신조 총리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일본 헌법 9조, 이른바 평화헌법의 개정 전까지는 그렇습니다. 일본의 전후처리나 포로에 대한 태도를 논할 수 있는 가장 최근의 근거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의 장면이 제국주의 일본군을 미화했다는 의심을 받는 이유입니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1957년), ‘언브로큰’(2014년)처럼 일본군에 붙잡혀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영미군 포로들, 난징대학살에서 목숨을 겨우 구한 생존자들, 또는 그들의 자손들이 보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만한 장면이죠.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70년 넘게 치유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네티즌들은 “국민 하나하나를 사랑한다는 일본은 70년 전 ‘일왕 만세’를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자국민들을 떠올리길 바란다” “포로를 치료한다는 일본은 관동군 731부대가 생체실험한 주변국과 포로의 유가족들에게 사과부터 하라” “국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본 넷우익도 비웃을 이야기”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의 역사인식은 발암물질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언제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요. 적어도 일본에서 게이트와 같은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한 아직도 멀었습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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