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김부선씨, 어제는 고맙다고 하셨잖아요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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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기레기가 돼있었습니다.

폭풍 같은 하루를 보내고 그 피로조차 가시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김부선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요. 간밤에 다른 매체에서 나온 기사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난 듯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이랬습니다.

저는 어제(27일) 오전 11시36분 ‘김부선 “성남 가짜 총각, 부끄럽지 않냐” 이재명 공개 저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으로 출고했습니다. 김부선씨와 이재명 시장이 SNS에서 서로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번 이슈를 처음으로 보도한 것인데요.

시발점은 과거 두 사람이 변호인과 의뢰인으로 만났을 당시 김부선씨가 이재명 시장에게 느낀 서운함을 토로한 글이었습니다. 2013년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인데, 최근 온라인상에서 재조명됐죠. 이를 이재명 시장이 25일 트위터에 직접 언급하면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김부선씨는 27일 새벽 페이스북에 해당 트윗 캡처를 올리면서 “이재명씨 자중자애 하십시오. 하늘이 다 알고 있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이후 “성남 사는 가짜 총각, 거짓으로 사는 게 좋나.(…) 아들도 둘씩이나 있다면서 자중자애 하라”는 내용의 글을 또 남겼습니다. 두 글은 연달아 올라왔습니다. 맥락상 성남 사는 가짜 총각은 이재명 시장을 가리키는 것으로 읽혔습니다. 저는 이를 정리해 기사로 작성했습니다.

기사가 나가고 1시간여 뒤 쯤 김부선씨는 항의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점심시간이라 자리를 비웠던 터라 한참 뒤 연락이 닿았는데요. 김부선씨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삭제 요청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먼저 “개인적인 공간인 SNS에 푸념 식으로 남긴 글인데 아무런 사전 확인도 없이 기사화하면 어쩌나. 이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글에서 언급한 ‘성남 사는 가짜 총각’은 이재명 시장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통화 이후 저는 다시 김부선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기사에 오류가 있다면 수정이나 삭제를 고려하겠으니 틀린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사실관계는 충분히 설명했으니 변호사와 연락하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결국 삭제 조치를 결정했습니다. ‘이재명 시장과 성남 사는 가짜 총각이 동일인이 아니다’라는 본인 주장이 워낙 완강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던 것이죠. 이외 다른 내용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발생한 사실 그대로만 나열한 기사였거든요.

김부선씨는 특히 기사가 삭제된 이후 제게 다시 전화를 걸어와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재명 시장에게 위자료 소송을 의뢰 했던 이야기도 상세히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삭제되기 전 이재명 시장이 기사 링크를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이 분(김부선)이 대마를 좋아하시지 아마… 요즘도 많이 하시나?”라는 식의 언급과 함께요. 이 트윗은 곧바로 삭제됐으나 이미 많은 언론의 레이더에 포착된 뒤였습니다. 이후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죠.

김부선씨는 오후 6시반쯤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남겼습니다. 과거 이재명 시장과 얽힌 이야기를 설명한 뒤 “지금도 가끔씩 섭섭하고 화가 나 유일한 소통구인 페이스북에 던진 이야기인데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됐다. 이재명 시장과는 이런 일 외엔 아무 관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죠.

이재명 시장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김부선씨가 지금도 그 문제로 그렇게 마음 깊이 섭섭함을 가지고 있을지 미처 몰랐다.(…) 이번 일은 이 정도에서 끝내자”며 사태 진화에 나섰습니다.

그럼에도 기사는 계속 나왔습니다. 온라인 특성상 사건 관련 이슈가 줄줄이 재조명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뭔가요.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또 다른 일이 벌어졌습니다. 간밤에 김부선씨가 ‘성남 사는 젊은 총각’을 “개만도 못한 자식”이라고 지칭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다고 합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20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더군요. 김부선씨는 이 기사 때문에 다시 분노했습니다. 그래서 오늘(28일) 아침에 저에게 확인 차 전화를 건 겁니다.

김부선씨는 “내가 ‘아들 둘 있는데 부끄럽지 않냐’는 글은 썼지만 ‘개만도 못한 자식’이라고 쓴 적은 없다”면서 제게 이런 글을 본 적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본 글에는 분명 그런 문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개만도 못한 자식’이라는 표현은 본 적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제 삭제된 원래 기사에도 이런 표현이나 사진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통화가 이상하게 흘렀습니다. 애초 김부선씨는 제게 “기사가 삭제되면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한 약속은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권 기자에게 원죄가 있다고 본다”며 “소송이 시작되면 책임을 면치 못할 것 같다”고 번복했습니다. ‘개만도 못한 자식’이란 표현이 담긴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찾아달라는 부탁도 덧붙였습니다. 어리둥절할 뿐이었죠.

자다가 정신없이 받은 전화였습니다. 통화를 마친 뒤 지인에게 온 메시지를 확인하니 김부선씨 페이스북에 제 실명이 거론됐더군요. ‘개만도 못한 자식’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함께 언급한 겁니다. 그 글에는 “언론이 썩어 문드러졌다” “이러니 기레기라는 소리를 듣지” “더러운 기레기들 같으니”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저는 분명 김부선씨 페이스북에 적힌 내용 그대로만 보도했습니다. 불특정다수에게 공개된 내용이었죠. 그러나 본인이 그로 인해 극심하게 힘든 상황에 처했다고 호소했고, 저는 그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삭제 결정을 내렸던 겁니다. 그리고 김부선씨는 기사를 삭제해서 고맙다고까지 했는데 말이죠.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원죄’는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오전에 저는 김부선씨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유명인이 SNS에 올린 글은 언제든 기사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난방비 사건 때도 페이스북으로 많이 소통하셨지요. 그렇기에 글을 올릴 때 좀 더 신중해야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기사를 작성하기 전 이미 커뮤니티에 캡처가 퍼져 논란이 벌어지던 상황이었거든요. 지금은 본인이 억울해하는 부분을 해명하고 푸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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