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난민 소녀 2년 넘게 잡아 가두는 ‘아이들의 지옥’  호주 나우루섬 수용소 기사의 사진
자신이 수용소에 얼마나 오래 갇혔는지를 보여주는 난민 어린이 (출처: CNN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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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열 살 소녀였던 미즈바 아흐메드는 호주를 향해 가족과 태평양을 건넜다. 미얀마 군사정권의 탄압을 피해서였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바다를 넘어온 아흐메드 가족을 기다린 건 호주 인근 나우루섬(나우루 공화국) 난민 강제수용소였다. 아흐메드는 이곳에서 18개월째 붙들려 있다.

영국 이주민 등에 의해 건국된 ‘난민의 나라’ 호주는 아이러니하게도 수년째 난민에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보수주의 성향 자유당 정부는 전임 토니 에봇 총리 시절부터 고무보트를 타고 오는 난민들을 도중에 잡아 외딴 섬의 수용소로 보내왔다. 미국 CNN방송은 27일(현지시간) 현지취재를 통해 나우루섬 수용소의 실태를 전했다.

호주에는 아흐메드와 같은 처지에 놓인 어린이들이 많다. 이들 난민 아동들은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에 이르기까지 21㎢ 넓이에 불과한 나우루섬 수용소에 붙들려 있다. 평균 수용기간이 445일에 이를 정도다. 나우루섬에 수용된 난민 537명만 따져도 어린이가 68명 포함되어 있다. 국적도 이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등 세계 분쟁지역을 망라한다. 호주 정부는 난민을 수용하는 대가로 나우루 공화국 정부에 자금을 지원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 아이들은 평소에도 학대에 시달린다. 섬 안에 학교도 있지만 간수들에게 등하교길마다 항상 몸수색을 당한다. 최근부터 난민 아동들만 다니던 학교에서 민간학교로 통학하도록 방침이 바뀌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기존에 있던 아이들이 난민 어린이들을 따돌리고 괴롭혔다. 한 여자아이는 또래 남학생에게 화장실에 감금당하는 등 사건이 일어나자 등교를 거부하는 아동도 생겼다.

신변안전을 이유로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18세 소녀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게 죄일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우리는 죄수처럼 다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 정부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수용소에서는 난민 성추행을 포함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된 가해자는 다른 난민 또는 수용소 직원이다. 수용당한 십대 청소년 중에는 자살까지 시도한 이도 있었다.

비판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는 정책기조를 바꿀 기미가 없다. 이 정책을 시작한 토니 에봇 전 총리는 지난해 유럽의 난민 위기를 가리키며 “우리가 옳았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최소 1200명이 바다를 건너오다 목숨을 잃었으며, 그보다 수천 명 많은 인원이 수용소에 수감됐다.

나우루섬에는 취재도 제한되고 있다. 기자들이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8000 호주 달러(약 700만원)를 비자 신청비로 내야 한다. 여기에 수감자들을 인터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써야 하며, 취재 내용에 대해 정부의 검열을 거친다는 서명도 받는다. 사진과 영상 촬영, 음성 녹음은 모두 금지된다. “수감자들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다. 호주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내놓은 성명에서 “기자들이 섬을 돌아다니게 두면 평화롭게 살고 있는 수감자들이 카메라를 향해 항의하거나 폭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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