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얼굴, 악역이 안돼” 이성민씨?… kmib가 만난 스타 기사의 사진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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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29년차, 이쯤 되면 장인(匠人)이다. 배우 이성민(48)은 묵묵히 연기 외길을 걸어왔다. 주목을 받은 지는 얼마 안됐다. 매체로 넘어온지 4년 만에 많은 게 달라졌다.

“정신이 없거든요. 내 인생에서 예상 못했던 일이 벌어진 거잖아. 미치겠더라고요.” 최근 서울 팔판로 한 카페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성민은 MBC ‘골든타임’(2012)으로 갑작스런 주목을 받았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이후 대중의 관심에 조금씩 적응했다. 정점은 tvN ‘미생’(2014)이었다.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 출연진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역시나 당황스러웠지만 이번에는 침착했다. 어리둥절해하는 후배들을 다독일 여력이 생겼다.

“미생 종영하고 세부 휴가 갔을 때였어요. (임)시완이, (김)대명이, (변)요한이랑 제 방에 모여 얘기를 나눴죠. 어떻게 하냐고 고민하는 요한이에게 ‘인터뷰해라. 하는 게 맞다. 그게 네가 받은 관심에 대한 보답이다’라고 말해줬던 기억이 나요. 관심을 받는다는 것, 그에 대해 우리가 해야 될 것들. 그런 얘기들을 했어요.”

이성민은 “팬·관객·대중은 좋아할 권리도, 싫어할 권리도 있다”며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늘 마음을 다잡고 살아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난 나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골든타임 끝나고 굉장히 혼란스러웠다”며 “특히 젊은 친구들은 더욱 혼란스러울 텐데, 어린 시절엔 그런 것에 흔들리고 살면 안 되지 않나”라고 했다.


이토록 단단한 이성민에게도 첫 주연작이 주는 부담감은 예외 없이 찾아왔다. 영화 ‘로봇, 소리’를 내놓는 그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캐스팅 단계부터 노심초사했다. 본인이 주연이라 다른 배우들이 출연을 망설이지 않을까 걱정했다.

“소위 말하는 주연이 돼보니까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처음 경험해본 건데, 내가 제일 먼저 캐스팅되고 다른 배우 캐스팅을 기다렸어요. 근데 난 늘 어떤 입장이었냐면, 시나리오를 받고 ‘누가 한대?’ 물어서 그걸 상상하면서 읽거나 했단 말이죠. 근데 이번에는 다른 배우가 ‘누가 한대?’ 그랬는데 이성민이라고 하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어요). 근데 또 초반에 캐스팅이 잘 안 되더라고(웃음). 하, 그래서 좀 자괴감에 빠져있었죠.”

그래서 ‘로봇, 소리’ 배우들에게 유독 고마웠다. 이성민은 “그 와중에 이희준, 이하늬, 전혜진이 출연을 결정해줘서 정말 고마웠다”며 “같이 하는 배우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 영화가 남다른 의미를 가진 이유는 또 있었다. ‘로봇, 소리’는 2003년 대구에서 실종된 외동딸을 10년간 찾아 헤맨 아버지 해관(이성민)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을 만나 그리는 이야기다. 대구라는 배경부터 특별했다.

이성민이 20대 때 연극을 처음 시작한 곳이 대구였다. 그는 “대구 사람의 이야기여서 더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며 “제게 대구는 치열했던 청춘을 보낸 곳이자 정이 많이 든 도시이기에 (출연을 제안 받고) 굉장히 설레었다”고 말했다.

딸을 둔 아버지라는 설정도 낯설지 않았다. 실제 이성민 역시 중2 딸을 뒀다. 다만 가부장적인 해관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는 딸과의 스킨십에 스스럼없는 자상한 아빠다. 딸의 장래희망을 적극 지지한다는 점도 해관과 다르다.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죠. 그냥 정직한 일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웃음).”


‘허허허’ 웃는 그의 얼굴에는 중년 가장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눈가에 진 주름과 처진 눈초리 가득 인간미가 묻어난다. 이런 이미지 때문일까. 이성민 출연작에는 유독 따뜻한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 많다.

이성민은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그것인 것 같다”며 “악역도 해보고 싶은데 악역이 잘 안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우가 가진 본(本)이라는 게 있잖아요. 심성도 있지만 외형적인 면도 있죠. 근데 내 외형이 워낙 순하게 생겨서 그런 게 아닌가(웃음).”

물론 이 말은 얼토당토 않는 농담으로 남고 말았다. ‘로봇, 소리’보다 일주일 늦게 개봉한 영화 ‘검사외전’에서는 악역을 기가 막히게 소화해냈다.

이 배우의 연기력에 한계가 있을까. 차기작인 tvN 드라마 ‘기억’에서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변호사를 연기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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