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국회방송이 재밌어” 실시간 접속 3만5천명 ‘마국텔’ 기사의 사진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더민주 신경민 의원 / 국민일보 DB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케이블 드라마, 인터넷방송 먹방의 콘크리트 시청률을 위협하는 콘텐츠의 강자가 등장했습니다. 국회방송입니다. 국회방송이 유례없는 인기를 끌면서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요즘 상업 광고를 붙이면 대박을 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옵니다.

일방적 의사진행을 저지하기 위한 합법적인 방해 행위, 필리버스터가 대중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벌어진 현상입니다. 국회방송은 지난 23일 오후 7시 6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작한 테러방지법 무제한 토론을 생방송하고 있습니다. 연설자는 테러방지법 반대 입장을 가진 더불어민주당(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들입니다.

더민주 김현 의원이 필리버스터의 12번째 연설자로 발언 중인 26일 오후 4시 6분 현재 국회방송의 생방송 시간은 69시간을 넘어섰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야당 의원, 당원들이 SNS에 공개한 필리버스터 명단을 보면 앞으로 남은 연설자는 6명입니다. 더 많은 의원들이 필리버스터에 합류하면 국회방송의 생방송 시간도 늘어날 겁니다.

생방송 시간이 길어졌지만 시청자 수는 줄지 않았습니다. 국회방송의 시청률은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채널 위주로 집계된 통계자료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만 인터넷방송 실시간 시청자 수를 간접적인 지표로 삼을 수 있습니다. 국회방송을 인터넷방송으로 송출하는 팩트TV 유튜브 채널의 실시간 시청자 수는 2만명대입니다. 이런 수치를 거의 24시간 내내 유지합니다.

실시간 시청자 수는 필리버스터의 10번째 연설자인 더민주 강기정 의원이 발언한 오전 0시를 전후로 3만5000명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인터넷방송 채팅창에서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였죠. 참고로 손흥민(24)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소속팀 토트넘 핫스퍼의 홈구장 화이트 하트 레인이 수용할 수 있는 관중 수는 3만6310명입니다.

국회방송 화면은 SNS, 커뮤니티사이트를 타고 퍼집니다. 네티즌들은 국회방송 화면을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EBS 강의처럼 꾸민 패러디 게시물을 만들어 뿌리고 있습니다. 한 트위터 네티즌은 국회방송 화면을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처럼 합성한 ‘마국텔’(마이 국회 텔레비전) 패러디로 네티즌들에게 웃음을 안겼습니다. “지금 최고의 인기 BJ는 국회의원” “간접광고를 해도 용서할 수 있다”이라는 재치 있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필리버스터가 문화현상으로까지 번진 모양새입니다. 이런 현상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네티즌들입니다. 싸우는 국회, 잠자는 국회, 비키니 수영복 모델을 몰래 검색하는 PC방 국회에 염증을 느꼈던 사람들이죠. 갈증, 허기, 밀려오는 잠과 통증을 수시간 동안 참고 침착하게 연설하는 야당 의원들, 그걸 날치기로 반격하지 않는 여당 의원들을 젊은 네티즌들은 응원하고 있습니다.

필리버스터를 놓고 의견은 엇갈릴 수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의 정치적 관심을 이끌어낸 점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어렵게 얻은 관심을 허무하게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그것도 국회의 몫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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