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대놓고 인맥 요구?” 신인 거부한 지상파 공모 기사의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와 방송사 홈페이지 캡처
꽃피는 3월이면 방송사 마다 신인작가 발굴에 열을 올립니다. 특히 지상파 3사는 학교에서 새 학기 신입생을 모집하듯 유능한 작가를 영입하기 위해 드라마 극본 공모를 경쟁적으로 진행하죠. 올해도 여지없이 2월 중순부터 SBS를 시작으로 KBS, MBC가 극본 공모를 공지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곳곳에선 지상파 방송의 공모가 상식을 벗어났다는 비판이 이어졌는데요. 왜 일까요? 친절한 쿡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1일 MBC와 KBS가 각각 새로운 형식의 공모를 진행하면서 촉발됐습니다. MBC는 ‘예능드라마 극본 공모’를 KBS는 ‘경력작가대상 극본공모’를 각각 공지했죠. 두 곳 모두 방송이 가능한 대본과 역량 있는 작가를 확보하기 위해 공모를 진행한다고 밝혔죠. 그런데 방송 작가나 지망생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MBC는 제출해야 하는 작품 수를 과도하게 요구했고, KBS는 기성작가를 모집하며 아마추어 취급을 했다는 지적 때문인데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MBC의 경우 신인·기성 상관없이 누구나 다 응모할 수 있지만 제출원고나 시간을 감안할 때 신인은 엄두를 낼 수 없는 공모입니다. 특히 단막극 부문의 제출서류가 문제가 됐는데요. 통상적으로 단막극은 1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MBC는 단막극 부문에서 4개의 에피소드가 담긴 대본과 시놉시스를 제출하라고 했죠. 결과적으로 단막극 4편을 내야합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단막인데 대본과 시놉시스가 4개라는 건 무슨 의미냐”는 질문이 쏟아졌죠. 이에 대해 MBC 측은 “과거 방송했던 테마게임이나 인생극장처럼 포맷은 같지만 스토리가 전혀 다른 4편의 작품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공모전에서 4편의 작품을 요구하는 건 무리하다는 지적에 대해 “방송에 적합한 대본과 이를 끝까지 집필할 수 있는 작가를 찾기 위한 공모인 만큼 작가의 역량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공영방송인 KBS의 공모는 여기에 한 술 더 떠 경력작가만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기성작가 구분 기준을 허술하게 규정했죠. 최근 5년간 전국 규모의 공모전에서 당선됐거나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에서 드라마형식의 작품이 방송된 작가, 한국드라마 제작사 협회 소속의 제작사에서 추천을 받은 경우를 기성작가로 구분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방송국이나 드라마 제작사에 인맥만 있으면 기성작가로 분류돼 응모할 수 있다”고 조롱했죠.

당선 작가는 작품 제작 작업에 참여한다는 활용 방안도 비난을 받았습니다. “경력작가 모집해 놓고 아마추어 취급 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공영방송이 진행하는 최악의 공모”라는 지적도 이어졌고 각종 커뮤니티에도 “최악의 공모”라는 소식으로 KBS공모가 퍼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모를 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의혹도 제기됐는데요. 많은 네티즌들은 아이디어를 도용하기 위해 공모를 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죠. 신인이 설자리가 없다는 의견도 이어졌습니다. 물론 방송사마다 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극본공모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공모의 추세가 신인이나 기성을 구분하지 않는데다 제출해야 할 원고량도 기성작가들이 방송 편성을 받기 위해 제출하는 기획안과 비슷해 신인들에겐 그림에 떡 일 수밖에 없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경력인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유난히 신인에게 기회를 주지 않죠. 신인의 등용문이던 공모전마저 신인이 설자리가 없다면 공모전이 아닙니다. 참신한 신인 보다 능력 있는 경력이 필요한 방송국이라면 공모가 아닌 경력 작가 채용 공고를 띄워야 하지 않을까 요. 차별화를 외치면서 획일화를 추구하는 방송국의 새로운 공모전이 안타깝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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