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총선과 ‘정상 세대(Generation Normal)’, 그리고 보편성 기사의 사진
지난 20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개혁파를 지지하는 여성 유권자가 개혁파의 상징인 파란색으로 칠한 손톱을 들어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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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뜨거운 한여름 대학 교정에 1000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모였다. 비장한 표정을 한 이들은 ‘독재자는 물러나라!’ ‘독재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선 부정선거를 규탄했다. 경찰은 학생들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시위에 참가하는 이들은 외려 늘어만 갔다. 이렇게 수년을 이어진 시위에서 최소 36명 넘는 시민이 폭력진압으로 목숨을 잃었다. 군사독재 시절 한국의 풍경이 아니다. 불과 7년 전, 이란 수도 테헤란의 모습이다.

총선이 끝난 지난 26일. 한 때 시위대로 붐볐던 테헤란 거리에 변화의 물결이 넘쳐났다. 서방과의 교류와 개혁을 지지한 이른바 ‘개혁파’는 테헤란에 할당된 의석 30석을 모두 싹쓸이했다. 2009년 여름날의 시위를 주도했던 젊은 세대가 그 주역인 것은 물론이다. 이들 세대는 앞서 서방 언론으로부터 ‘정상 세대(Generation Normal)’로 이름 붙여진 바 있다. 현재 이란 전체인구 800만 명 가운데 약 60%를 차지하는 40대 이하 젊은 세대다.

이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고학력이며, 인터넷으로 서방 세계와 자유롭게 소통한다. 검은 천으로 온몸과 얼굴을 꽁꽁 싸맨 부모 세대와 달리, 이 세대의 여성들은 노란색 주황색 빛깔로 머리칼을 물들이고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으며 개성을 드러낸다. 이들을 규정하는 ‘정상성(Normality)’이란 다시 말해 ‘보편성‘이다. 이슬람 문화의 전통 가치가 아닌, 자유와 평등, 민주 등 세계 근대 문명의 보편적 가치라는 뜻이다.

국내에도 출판된 이란 출신 만화가 마르잔 사트라피의 작품 ‘페르세폴리스’를 살펴보면 이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작품 속에서 차도르를 쓴 펑크 소녀인 주인공은 서구 문물을 동경할 뿐 아니라 그들의 상식에 따라 사고한다. 작품은 팔레비 정권 아래 서구식 근대 교육을 받고 자란 이들 젊은 세대가 1979년 ‘이슬람 혁명’ 뒤 어떻게 근본주의 정권의 억압을 견뎌왔는지를 풀어놓는다.

‘남들과 다를 바 없는’ 보편적 세계 시민이고 싶어 하는 그들의 모습은 얼핏 과거 우리의 모습과도 겹친다. 한국식 민주주의를 주장하며 보편적 권리를 억압했던 우리 군사정권과, 이슬람 율법에 의한 통치를 부르짖던 그들 정권의 모습 역시 꽤 닮아있다. 정세나 전통 등 특수성을 이유로 보편적 권리를 억압하려는 권력과, 또 거기 맞서는 이들의 모습은 이렇듯 시대와 장소만 다를 뿐 세계 보편적이다. 테러와 분단을 이유로 다시 보편 권리인 자유를 옥죄려는 지금 이곳의 풍경 역시, 어찌 보면 꽤나 ‘보편적’이다. 슬프게도 변화의 방향이 그네들과 정반대인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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