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신입생 OT(오리엔테이션) 성추행 논란이 쉬이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입니다. 생명환경과학대학에서 올린 정식 사과문 외에도 해독이 불가능해보이는 입장문이 유포됐기 때문인데요. 네티즌들은 “한국어를 아랍어처럼도 쓸 수 있구나”라며 “누군가 근성있는 사람이 나서 해독해줬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습니다.

건국대 생명환경과학대 OT에선 ‘펠라XX’를 형상화하는 몸게임과 이성 학우들끼리 껴안고 술을 마시는 행위가 강요돼 물의를 빚었습니다. 새학기 새마음으로 즐거워야 할 OT가 성추행으로 얼룩진 것입니다.

건국대 중앙운영위원회에서 3일 공개한 입장발표문은 알아보기 힘든 손글씨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단과대가 아니긴 하나 학내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유감을 표해야할 중앙운영위의 입장문이 자칫 외부인들의 시선에선 장난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급기야 SNS 공간에선 위 입장 발표문을 누군가 해독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학내 민감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는데 최소한 읽을 수 있는 입장문이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는 성토에서입니다. 한 독자분은 입장문의 해독본을 제보하기도 했습니다.

위 입장문과는 별개로 OT 성추행 사건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생명환경과학대학의 공개 사과문 역시 진정성 시비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사과문을 읽은 건국대학생들과 네티즌들은 “관리 소홀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게임을 기획했던 것 자체가 문제” “사과문이 아닌 변명문, 피해 학생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해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건국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쁜 의도에서 쓴 글이 아닌 손글씨를 배운 학생이 1시간반 동안 정성들여 쓴 글”이라며 “문제를 일으킨 단과대가 아닌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의 입장표명문으로 사과문이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입장발표문을 굳이 1시간반 이상이나 걸려 알아보지 못하게 쓸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에선 자유로울 수 없을 듯 합니다. 혹 재발 방지를 위한 진정성 어린 고민보다는 사태를 숨기고픈 마음에 알아볼 수 없는 글을 썼을 여지가 비춰보이기 때문입니다. 또 “사죄를 한다”고 밝혔음에도 “사과문이 아니라 괜찮다”는 해명 역시 논리적 모순에 불과합니다.

가장 양심적이고 때묻지 않아야 할 대학에서조차 성추행을 당연시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상위의 책임있는 주체가 하위의 조직에 책임을 미루고 탓한다면 책임은 커녕 역정부터 내고 보는 기성세대 정치인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습니다.

책임있는 분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장치 마련이 이번 OT 성추행 사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유일한 방법일 겁니다. 어떤 사과에도 상처 입은 새내기들의 마음은 쉬이 치유되기 어려울 겁니다. 건국대의 진정성있는 자정 작용을 기대해 봅니다.

중앙운영위원회의 건대 OT 성추행 입장문 해독본

우선 현재 성희롱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머리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 문과대 운영위원회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심각성과 위중함을 깊이 통감하고 있으며, 사태 진정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학과에 만연해 있는 그릇된 대학문화의 뿌리를 뽑아내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절대로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거나 봐주기 식으로 사태를 해결해 나가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 문과대 운영위원회는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조사 및 처벌을 위해 학교의 전문기관인 양성평등상담실에 위임하였습니다.

양성평등상담실은 교내 성희롱, 성폭력 피해에 대처하고, 올바른 성의식을 형성하여 성희롱 및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학교기관입니다. 양성평등상담실에서는 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 상담가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성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대처방법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현재, 이번 사태의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조사 및 피해자의 개인 신상 및 익명성의 법적인 보장을 위해 해당 기관에 사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며, 해당 기관에서 전수 조사, 관련자 소환 학생징계위원회, 의무화 같은 일련의 과정을 진행할 것입니다.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 문과대운영위원회에서는 이번 사태는 물론 앞으로 건국대학교 학생들의 건전한 대학생활을 위한 성문제 예방차원에서 해당 기관에 전적으로 협조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또한 양성평등상담실에서는 설문을 통해 조사된 사실을 바탕으로 학생징계위원회를 통해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저희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 문과대운영위원회는 대학 내 성교육을 확대하여 일련의 사태를 방지하도록 하고, 건국대학교 학생대표자들의 책임감을 강조하기 위해 관련기관과 협의하여 지속적인 교육 및 관심을 가질 것을 약속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재학생, 신입생 여러분을 비롯하여 건국대학교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이를 계기로 경각심을 갖고 올바르고 건전한 대학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겠습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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