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성추행에 ‘희롱체’ 사과? 건대 논란의 진실 기사의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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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에서 한 게임들이 제 상식선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지난달 26일 페이스북 건국대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라온 글 하나. 논란은 여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입학한 새내기 여학생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 갔다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익명의 고발을 했습니다. 대학 내 성추행이라니…. 인터넷은 물론 학교 전체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건국대는 공식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여론은 이미 번질 대로 번진 상황이었죠. 학교 수준을 운운하며 비하하는 반응까지 나왔습니다.

재학생들은 사태를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와 각 단과대 회장들이 모여 자필 입장문을 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진 거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세상에, 글씨체가 문제였습니다.

각 단과대가 발표한 입장문들은 학내 게시판에 내걸렸는데요. 문과대 회장이 직접 쓴 대자보가 단연 시선을 끌었습니다. 글씨체가 너무 특이했거든요. 받침이 유난히 커서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 특이한 대자보를 누군가 찍어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예상 밖 반응들이 터져 나왔죠. 정황상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물의를 빚은 뒤 반성은커녕 내용 해독조차 안 되는 입장문을 내놓은 꼴이 됐으니 말입니다.


“누구 놀리냐”는 반응은 어쩌면 당연해보였습니다. “휴먼 희롱체가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왔죠. 언론에서도 다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거센 비난 여론에 당황한 건국대 측은 곧바로 해명에 나섰습니다.

건국대 관계자는 지난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쁜 의도로 쓴 글이 아니라 손글씨를 배운 학생이 1시간 반 동안 정성들여 쓴 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련기사] “글씨가 아랍어인듯…” 건대 성추행 OT 입장문 뭇매

이 해명은 6일 비로소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대자보를 쓴 학생이 지난해 5월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자필 메모가 커뮤니티에 퍼진 거죠. 이 학생의 글씨체, 원래 이렇더군요. 정자체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공들여 쓴 것으로 보입니다.

대자보 글씨체를 두고 세찬 비난이 휘몰아친 뒤 여론은 또 잠잠합니다. 내가 아는 것이 늘 100% 진실은 아니란 사실을 다시 한 번 되뇌어 봅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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