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쉼표, 여왕 전도연의 뜨거움이란… kmib가 만난 스타 기사의 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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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43)의 연기력을 논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각종 여왕 타이틀을 모두 거머쥔 그가 아닌가. 그럼에도 영화 ‘남과 여’는 또 한 번의 놀라움이었다. 세월에 아랑곳없이 이토록 넘치는 여성미를 가진 이가 몇이나 될까.

남과 여는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나 뜨거운 끌림을 느끼는 남자(공유)와 여자(전도연)의 이야기를 그린 멜로물이다. 극중 전도연은 가정이 있지만 갑자기 맞닥뜨린 새 사랑에 흔들리는 여자 상민 역을 맡았다. 사랑의 설렘에 휩싸인 스크린 속 상민은 참 예뻐 보였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로 한 카페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얘기를 건네자 전도연은 소녀처럼 기뻐했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저 정말 영화 찍고 연기 잘한다는 말보다 예쁘게 나왔다는 얘기를 더 많이 들은 거 처음인 것 같아요(웃음).”

남과 여를 택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0년여 전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으나 전도연은 수차례 거절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부담감이 가장 컸다. 불륜이라는 소재부터 가볍지 않았다.

전도연은 “쉬운 사랑이야기가 아니고, 노출도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편한 작품은 아니었다”며 “이윤기 감독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끝까지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근데 너무 인연이 질기잖아요. 10년 넘게…. 정말 징글징글하다. 그래, 이 작품 내가 하고 넘어가자(웃음). 이런 큰 각오가 있었어요.”

촬영 전에는 여섯 살 연하 공유와의 멜로 호흡도 걱정이 됐다. 워낙 어릴 때부터 봐온 동생이기에 어리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울 것 같았다. 헌데 웬걸, 괜한 기우였다.

“멜로는 상대배우가 서로에게 주는 감정적인 케미가 중요하거든요. 근데 그런 케미를 억지로 만들어서 해야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죠. 공유도 자기가 그런 느낌을 주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더라고요. 근데 막상 작품을 하면서 ‘아, 공유라는 친구가 이런 사람이었구나’란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오래 알긴 했지만 가까이에서 본 적은 없었던 거죠.”

멜로는 전도연 전매특허 같은 느낌이다. ‘접속’(1997)부터 ‘무뢰한’(2014)에 이르기까지. 그의 필모그래피는 멜로로 점철된다. 멜로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심히 적절하다.


“저는 칸의 여왕보다는 멜로의 여왕이 좋아요(웃음). 여성성이 있다는 거잖아요. 20대 때는 어리고 젊고 예뻐서라고 하면, 나이 들어 결혼하고 아이 엄마가 됐는데도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거잖아요. 누군가에게 한번쯤 사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제가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는 한, 늙어서도 멜로의 여왕이라는 호칭은 계속 듣고 싶어요.”

멜로에 유독 애정을 쏟은 이유는 있었을까. 전도연은 “난 사랑에 대한 감정이 너무 좋다”며 “또 그런 것들을 끊임없이 꿈꾸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어 “어떤 형태로든 사랑이라는 건 늘 설렘을 주는 것 같다”며 “(그런 부분을 중요시하는)내 성향 때문에 멜로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담담하게 이야기하던 중 대뜸 폭탄 발언이 나왔다. “근데 (멜로)이제 좀 그만해보려고요(웃음).” 놀란 마음에 무슨 이야기냐 캐물었다. “음, 완전히 그만하는 건 아니지만 좀 쉬어볼까 싶은 생각이…. 올해 저의 바람이에요.”

작품 선택의 폭을 넓혀보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란다. 작품을 보는 관점에도 변화를 줘보기로 했다고.

전도연은 “저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것 같다”며 “사람과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너무 궁금했고, 감정처럼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에 끌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크게 궁금하지 않아도 (사람 보다)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 하는 작품이 좀 달라질까요? 어떨 것 같으세요? 물론 크게 달라질 거란 생각은 안하지만, 내 스스로 선택의 폭을 조금 넓혀보자. 그럼 그 안에서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의 전환? 큰 결심이죠. 근데 결심은 결심일 뿐 노력을 해야죠(웃음).”

그런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있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는 역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전도연은 “나도 내 자신한테 부담스러울 수가 있지 않느냐”며 “사람들이 (내게)느끼는 걸 나 스스로 못 느끼지 않는다”고 입을 뗐다.

“그런 갑갑함이 있었어요. 캐릭터마다 변화가 있다지만 저는 그게 변화가 아닌 것 같았어요. 사랑의 여러 유형에 대해 계속 다른 인물들을 연기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 궁금하지가 않아요. 그렇다면, 남으로 인해 바뀌기보다 내 안에서 조금 바뀌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차기작 tvN 드라마 ‘굿 와이프’가 더욱 반가웠다. 대본을 받았을 때 뛸 듯이 기뻤단다. 전도연은 “일단 멜로 장르가 아니라서 너무 좋았다”며 “생각이 반이라는 말이 맞구나 싶었다”도 했다. 끊임없이 생각하면 의도적으로 뭔가 노력하지 않아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엄청 기대된다는 덕담에 전도연은 멋쩍은 듯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라”며 웃었다. “아, 기대는 좋아요. 기대는 궁금한 거니까. 근데 ‘엄청’은 부담스러워요(웃음). 그냥 적당히. ‘한 번 봐볼까?’ 이 정도.”

카메라 밖 전도연은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돌아간다. 배우로서의 발걸음이 점차 무거워질지도 모른다.

“때로는 상처도 많이 받고 힘들어요. 하지만 즐거워요. 뜨거움과 차가움이 있다고 했을 때, 뜨거운 게 크면 가는 거고 차가운 게 크면 못 가는 거잖아요. 근데 전 뜨거운 게 좋아요. 연기가, 일하는 게 너무 즐겁고 좋아요. 그렇기 때문에 잘 견디고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이 배우의 열정은 이렇게 뜨겁다. 그리그 이 뜨거움은 좀처럼 식을 것 같지 않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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