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기자

중국 바둑랭킹 1위 커제(19)가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에게 2연패한 이세돌(33) 9단을 비판했다는 이야기가 오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논란이 된 커제의 발언은 10일 이세돌과 알파고의 두 번째 대결이 끝난 뒤 나왔다. 대국 중계를 마친 커제의 관전평을 중국 매체 소후 등이 보도했다. ▶원문기사 보기

해당 발언은 곧바로 번역돼 국내에 전해졌다. 커제가 대국 결과에 대해 강한 실망감을 드러내는 한편 이세돌을 향해 독설을 쏟아냈다는 내용이었다.

국내 다수 보도에 따르면 커제는 “이세돌이 0대5로 질 수도 있다. 오늘 패배는 처참했고 따분했다”고 평했다. 이어 “이런 마음 상태로 바둑을 둔다면 몇 번이든 질 것”이라며 “평소 이세돌은 매우 강하지만 오늘은 괴로워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이세돌은) 인류 대표 자격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이 같은 인터뷰에 국내 네티즌들은 분개했다. “자만이 하늘을 찌른다”거나 “바둑 실력보다 인간성부터 키우라”는 등 질타가 이어졌다. 하룻밤 사이 인터넷은 커제를 향한 비난 여론으로 들끓었다.

그러나 11일 상황은 반전됐다. 앞서 알려진 내용은 오역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어를 안다는 네티즌 A씨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중국어로 된 원문 기사를 보니 번역본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커제는 “절망적이지만 완패였다. 알파고가 강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또 “이세돌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다”며 “인류 대표로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은 버리고, 상대를 기계가 아닌 한 명의 바둑기사라고 생각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해석이 정확하다면 커제는 단지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적잖은 오해를 불러온 셈이다.

충격의 2연패를 당한 이세돌은 이날 하루 휴식을 취하며 전열을 정비했다. 오는 12일 오후 1시 알파고와의 5번기 제3국에 나선다.

이세돌은 남은 세 판을 모두 이겨야 이번 대국의 승자가 될 수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