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처럼 행동하는 인간은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인간처럼 행동하는 기계는 공포심을 일으킵니다. 프로바둑 9단 이세돌(33)이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에게 2연패를 당하고 많은 사람들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누군가는 머릿속으로 인류의 멸망을 그리면서 위협을 느꼈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피조물에게 굴복한 창조자의 무기력한 굴욕을 느꼈을 것입니다. 인간을 초월한 인공지능의 등장은 공포심 하나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사건입니다.

 사람들은 그동안 먹고 마시고 잠자고 일하고 휴식하면서 사용했던 사물들을 알파고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식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하는 냉장고부터 출퇴근길 교통정보를 안내하는 자동차 내비게이션, 업무의 모든 과정에 활용하는 컴퓨터, 하루 종일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 스마트폰까지 거의 모든 전자기기는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세돌과 알파고가 대국을 하루 쉰 11일 인터넷에선 알파고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습니다. 대부분은 생활가전이나 게임 프로그램을 알파고와 비교한 우스갯소리들입니다.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컴퓨터에 패배하고 “이세돌 설욕전 실패. 미안하다”라고 비장하게 말하거나 오작동한 로봇 청소기를 “옆집 알파고는 이세돌도 이겼다는데…”라고 혼내는 식이죠.

스타크래프트에서 컴퓨터와 대결해 알파고에게 설욕하려 했지만 처참하게 패배했다. / 웃긴대학

심심이와 입씨름으로 알파고에 설욕하려 했지만 쉽지 않다. / 페이스북

알파고가 반상에 올린 바둑돌로 인류에 보낸 경고라고… / 디시인사이드





 사물을 알파고로 보기 시작한 사람들의 우스갯소리는 인간 스스로를 향한 냉소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냉소는 인간이 인공지능에 패배했다는 열패감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닙니다. 알파고의 패착처럼 보였던 수들이 결과적으로 스스로 만든 정수였던 점은 인간이 오랜 시간 축적한 상식과 합리에 반론과 경고를 던집니다. 사람들은 여기서 공포심을 느끼는 것이죠.

 이세돌과 알파고는 12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3국을 벌입니다. 알파고는 여기서 승리하면 3전 전승으로 우승을 확정할 수 있습니다. 이세돌에겐 반격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대국입니다.

[관련기사 보기]
▶[이세돌 vs 알파고] 세기의 바둑 대결 기사 전체 보기
▶이세돌 충격의 2연패… 알파고 1승 더하면 인간 초월
▶“알파고 점점 무섭다” 이세돌 복제?… 섬뜩한 좌상귀 소목(小目)
▶이세돌 잡고 대박? “글쎄”… 구글 주가, 고작 1%대 상승
▶알파고, 미끼 던지고 이세돌 관찰했나… ‘계산된 실수’의 공포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