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에서 있었던 일을 익명으로 제보한다.”

한 대학 의대생들이 후배들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했다는 고발글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19일 페이스북 K대 대나무숲 페이지에 게재된 글이 여러 커뮤니티로 퍼지며 논란이 됐다. 글쓴이는 “지난 14일 화이트데이 저녁 9시, 대전향우회 4학년생 A·B 두 명이 예과·본과 1·2학년 남학생 약 10명을 소집해 가혹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2학년생 한 명이 식당 앞에서 A를 보고도 인사를 하지 않은 게 발단이 됐다”며 “하지만 평소에도 2학년 행동에 불만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A·B도 위에서 ‘요즘 향우회 애들이 빠졌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으로 보아 레지던트 급에서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 따르면 1차 술자리에서 음주가 과해지면서 후배 전원이 만취해 구토를 했다. 식도 부위가 찢어져 피가 나오는 말로리 바이스 증후군 증세를 보이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술잔이 도는 속도가 느려지자 A는 “내가 머리를 박아야 잘하겠냐”며 후배들을 압박했고, 이를 본 B는 후배들에게 대신 머리를 박으라고 시켰다. 머리 박기는 최소 10회 이상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한 학생 머리에 토사물이 묻기도 했다.

페이스북 캡처


가혹행위는 계속됐다. 글쓴이는 “(선배들이) 머리를 박은 사람을 발로 밀고 밟고 있기도 하고, 머리위에 술을 따라 붓기도 했다”며 “머리를 박고 일어난 사람의 뺨을 툭툭 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A는 만취 상태였으나, B는 비교적 멀쩡해 보였다고 한다.

글쓴이는 “입학한지 얼마 안 된 신입생들은 보편적인 의대 문화가 이런 것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가 본인들에게 불이익이 오거나 안 좋은 소문이 돌까 걱정돼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행히 학생회장을 중심으로 학내에서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글쓴이는 “최소한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가해자)자퇴나 권고유급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글은 좋아요 600여 건, 공유 30여 건을 기록하며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반응은 대부분 비난 일색이다. “이런 사람들이 의사가 될 거라니 섬뜩하다”거나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을 가지려면 인간을 존중하는 태도부터 가지라”는 비판이 나왔다.

다만 일부는 “충격적인 이야기지만 양측 입장을 다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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