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헝가리와 세르비아의 국경 근처에서 당시 헝가리의 N1TV 소속 한 여성 카메라기자가 경찰을 피해 도망가는 난민 부자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있다. 영상 캡처



지난해 9월 헝가리와 세르비아의 국경 근처에서 한 여성 카메라기자가 경찰을 피해 도망가는 난민의 발을 걸고, 난민 어린이에게 발길질하는 모습을 담았던 영상 혹시 기억나시나요? 

현장에 있던 다른 기자들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꽤 큰 스캔들로 번졌고 당시 헝가리의 N1TV에서 카메라기자로 일하고 있던 이 여성(Petra Laszzlo)은 해고됐습니다. 국내 언론 중에선 국민일보가 거의 제일 빨리 보도했었는데요, 혹시 보지 못하셨다면 먼저 영상을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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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여기자의 발에 걸려 넘어졌던 난민 아빠는 이후 스페인으로 건너가 축구팀 코치가 됐습니다. 이 소식도 아마 기억하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저희도 후속 보도로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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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한동안 소식이 끊겼던 이 여기자의 근황이 알려졌습니다. 러시아 매체 이즈베스티아와의 인터뷰가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발행된 러시아 이즈베스티아와의 인터뷰에서 페트라는 당시 행동에 대해 “단지 경찰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난민들이 자신이 있는 곳으로 한꺼번에 밀려들어 무서웠다는 얘기도 했네요. 또 “아이가 함께 있는 것을 보진 못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그 사건 이후) 확실히 내 삶은 엉망이 됐다”고 하네요. 새로운 직업을 얻거나 원하는 일을 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삶이 다시는 그 사건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죠. 그녀는 자신이 ‘몰인정하고, 인종차별적이고, 어린이에게 발길질이나 하는 카메라기자로 낙인찍혀’ 해고됐고, 지금도 위협을 받으며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페트라는 특히 페이스북에 감정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는 페이스북을 고소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자신에 대한 증오를 증폭시키는데 페이스북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이유입니다. 당시 영상이 주로 전파된 통로도 페이스북이었습니다.

페트라의 주장에 따르면 페이스북에는 지금도 그녀의 이름을 사칭한 10개 이상의 ‘Petra Laszlo’ 계정이 있다고 합니다. 이 계정들에 담긴 콘텐츠에 문제가 많아 페트라는 페이스북 측에 이 계정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반면 페이스북 측이 그녀를 후원하는 그룹들의 계정은 의도적으로 삭제하고 있다는 게 페트라의 주장입니다.

이 여성 카메라기자는 또다른 영상에서도 난민 여자아이에게 발길질을 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비난을 받았다. 영상 캡처



헝가리를 떠나 러시아로의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헝가리에서는 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헝가리 내에서의 재판 절차 등이 마무리되면 이주할 생각인데 러시아어를 배울지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인터뷰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을 읽다보니 지난해 9월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당시만 해도 이 여기자에 대해서는 비난 일색이었는데요, 지금은 그녀를 동정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녀의 행동이 이민까지 가야할 정도로 나쁜 짓이었나 하는 것이죠. 한 네티즌은 “그녀의 발길질로 누가 죽거나 크게 다친 건 아니지 않나”라고 항변하네요.

유럽 곳곳에서 난민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난민들의 입국을 막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한 것이겠지요. 파리에서의 테러 등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영향으로 이슬람교도가 대다수인 난민들을 경계하는 시선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을 듯합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의 여론이 바뀌었다고 해서 페트라의 삶이 사건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그녀의 행동은 너무나 결정적인 시기에, 극적인 모습으로 전파돼 돌이키기에는 늦었기 때문입니다. 크게 의식하지 않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때문에 남은 삶 전체를 힘들게 하는 상황은 비단 페트라의 경우 뿐만은 아닙니다. 항상 언행을 삼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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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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