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홈페이지 캡처


“TV만 틀면 요리를 하거나 먹는다”
“심지어 자기들이 요리를 해서 먹기까지 해”
TV 리뷰 기사 아래 달린 댓글입니다. 육아 예능프로그램처럼 식상하고 지겹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방송사는 ‘쿡방’과 ‘먹방’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기획해 내놓고 있죠. 22일 방송된 집밥 백선생도 출연진과 세트, 플랫폼의 변화를 준 시즌2를 시작했습니다.

지겹다는 성화와 달리 출발은 순조로웠습니다. 첫 회 시청률은 유로플랫폼가구 기준으로 평균 3.8%, 최고 시청률은 5%를 기록했으니 시즌1의 1회 시청률인 2%보다 높았습니다. 맛집을 소개하는 예능 프로그램인 이른바 ‘먹방’도 식상하다, 지겹다는 반응에도 새로운 포맷으로 꾸준히 진화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원조 먹방 프로그램인 식신로드는 출연진과 형식을 바꿔 지난 17일 시즌2를 선보였습니다. 식신로드의 후발주자로 시작한 ‘맛있는 녀석들’도 1주년을 맞으며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죠. 시청자 게시판을 비롯해 온라인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는 불만과는 사뭇 다른 모습인데요. 이런 이유가 뭘까요? 친절한 쿡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채널이 고정된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볼 게 없다는 거였고 두 번째는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거였습니다. 볼 게 없어 본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인입니다. 이들은 퇴근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연속되는 콘텐츠를 챙겨볼 수 없죠. 아무 때나 봐도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다보니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먹방 밖에 없다는 겁니다.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 먹방과 쿡방을 본다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사유는 상밥됐습니다. 먹방의 경우 최근 외식값이 크게 올라 직접 사먹지 못하고 TV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한다는 겁니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0.7%의 낮은 상승률을 보인 데 비해 외식비는 2.3% 올랐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세 배 이상입니다. 외식비 상승률은 2014년 1.4%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편입니다.

가구당 월평균 식비 중 외식비 비중이 40%가 넘는데 이는 횟수가 잦아서라기보다 기본 단가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500원~1000원에 불과했던 떡볶이가 2500원에서 3000원 뛰었고 자장면과 치킨도 몇 년 사이에 두 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장면 한 그릇, 치킨 한 마리 사먹는 게 부담스러워진 지 오래죠. 1인가구라면 부담은 더욱 가중되겠죠.



반대로 바쁜 일상에서 집에서 밥을 해먹는 것 자체가 사치기 때문에 쿡방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요리를 할 시간도 없을뿐더러 아무리 적은 양을 한다고 하더라도 남는 게 많아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거죠. 가족이 적으면 적을수록 더 그렇습니다. 버리는 음식을 감안하면 차라리 사먹는 게 경제적이라는 겁니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해보면 현대인들은 저렴한 가격대의 음식을 사먹는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즉석식품의 매출이 급증했다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겠죠. 인간의 삶에서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데 그걸 대리만족으로 채우다니 안타깝습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게 사치가 됐는 지 가슴 아픕니다. 아마도 맞벌이 가정이 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쿡방‧먹방으로 간접체험하면서 대리만족 하기보다 직접 해먹고, 사먹는 직접체험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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