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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빚이 있다” 직장인들 눈물 나게 하는 직장인애가(哀歌)


 국내 한 대기업에 다니는 B씨는 회사에 들어갈 때마다 한숨을 크게 쉬고 들어간다고 합니다. 매번 반복되는 회사의 악습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직장생활도 재미 없고 무기력해졌기 때문이라는데요.

 이처럼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생산성마저 떨어져가자 해당 기업에서는 비전선포식을 통해 이러한 악습을 개선하고자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면서 직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제일 많은 불만사항은 윗선과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많은 동료들과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했어도 윗선의 전화 한 통이면 모든 것을 다 다시 바꾸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간 또한 무조건 앞당겨야 하는데 중간관리자인 팀장은 뻔히 윗선의 지시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지만 단 한마디의 방어도 없이 윗선의 지시에 따른다고 하네요. 거기에 시간만 앞당기면 큰 실적이라도 되는 줄 알고 매번 야근을 시키지만 격려도 수당도 그리고 소신도 없으니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한다고 했습니다.

 또 윗선의 부당함들은 회의시간에 더욱 힘을 발한다고 합니다. 건의를 해도 윗선 눈치 보느라 묵살당하기 일쑤고 회의를 한다고 하지만 윗선이 하라는 것을 어떻게 하면 잘 할까만 논의하니 소통은 없고 지시만 있는 회의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아무리 잘 해도 윗선에서 전화 한 통이면 모든 것이 바뀌니 의욕은 물거품처럼 사라진다고 토로합니다. 

 그러면서 늘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지만 회사에는 이렇게 할 수 있는 제도와 소신 있게 방어를 해주는 상사가 없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싶어도 문제가 생기면 팀장은 책임 회피에 급급하니 누가 나서서 혁신에 도전하겠느냐고 푸념을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을 해도 속도는 있지만 완성도는 떨어지고 지시만 따라 통일성은 있되 창의성은 없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억지로 최선은 다하지만 최고는 나올 수가 없는데 어떻게 혁신을 만들 수 있냐고 푸념합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을 조사한 홀로하의 임민택 대표는 인터뷰를 하며 직장인들의 힘든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들을 꼽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또 시작이네’입니다. 매번 반복되는 문제들이 다시 시작되는 조짐만 보여도 생기는 윗선에 대한 트라우마이지요. 윗선이 또 시작하면 모든 것들에 대한 멘붕부터 온다고 합니다.

 둘째로는 ‘절대반지가 움직인다’입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 악에 힘을 제공하는 반지를 빗댄 표현으로서 윗선에서 이 반지를 끼고 무작위적이고 일방적인 명령을 내리면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버리거나 멈추고 새로운 윗선의 지시에 절대 복종해야만 하는 것을 빗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알파고 상사’입니다. 여러 명의 윗선에 연결된 팀장은 그들의 지시에 맞추어 최적의 상태로 결정해 움직이지만 인각적인 배려나 감성 없이 부하 직원들을 로봇처럼 일을 시키고 대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보다도 더 당황스럽고 황당한 상황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만든 이 회사의 비전선포식 TF팀조차도 처음에는 변화의 열정을 보였으나 결국 윗선의 지시에 흔들리며 그냥 윗선에서 하자는 대로만 하자고 마음을 바꿨다는 것입니다.

 임 대표는 인터뷰를 하며 인상 깊었던 직장인 D씨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18년차 직장인 D씨는 아침에 신발을 신기 전에 한참 동안 현관 앞에 서 있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합니다. 매번 반복되는 회사의 악습에 지쳐 신발을 신고 회사에 나가는 것에 두려움이 생겼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그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것은 입사 때부터 시작된 그 악습이 퇴직 할 때까지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현관에 붙여놓은 표어를 보며 다시 힘을 내어 출근한다고 합니다.
 “나에게는 빚이 있다."
 이 글귀가 그를 다시 출근하게 합니다. D씨는 "저에게 빚이 있기에 가족 생각에 출근하지만, 내일과 내 일에는 빛이 없어보여 우울합니다. 하지만 저에겐 빚이 있으니 오늘도 열심히 일해야죠"라고 말합니다. 그의 현실과 자조섞인 응원이 서글프기만 합니다.

 이를 조사한 임 대표는 ‘직장인애가’라는 시를 통해 직장에서의 애통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직장인애가의 전문입니다.

 제목 : 직장인애가(哀歌)

 부제 : 당신의 회사에는 있습니까? 없습니까?
 작성 : 임민택/홀로하
 건의는 있지만 반영은 없다.
 팀장은 있지만 소신은 없다.
 회의는 있지만 소통은 없다.
 지시는 있지만 협의는 없다.
 항복은 있지만 행복은 없다.

 인간은 있지만 동료는 없다.
 야근은 있지만 수당은 없다.
 상사는 있지만 격려는 없다.
 도전을 하라지만 쉴드(shield)는 없다.
 혁신을 하라지만 제도는 없다.
 경영진은 있지만 신뢰는 없다.

 열심은 있지만 재미는 없다.
 속도는 있지만 정도는 없다.
 통일성은 있지만 창의성은 없다.
 제품은 만들지만 감동은 없다.
 개선은 있지만 혁신은 없다.
 최선은 있지만 최고는 없다.
 급여는 있지만 남는 돈은 없다.
 회사는 있지만 나는 없다.
 내게 빚은 있지만 내일에 빛은 없다.

 당신은 있습니까? 없습니까?
 당신의 회사에는 있습니까? 없습니까?

 직장인애가를 접한 직장인들은 "격하게 공감되는 서글픈 현실" "놀라운 글들이네요" "소름이 끼칩니다" "눈물이 났어요" "저도 그런지 생각하게 됩니다" "나의 문제를 넘어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 같다"라며 공감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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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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