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격전지⑧]서울 용산, 탈당한 원조 친박 ‘진영’ vs 진실한 일꾼 ‘황춘자’ 기사의 사진
명함을 움켜쥔 채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국민의당 후보가 모두 모였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1일. 각 당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서울 용산구 이촌역 4번 출구 앞 골목에 늘어서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부지런히 인사했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직장인들의 손에는 빨간색 파란색 녹색 명함이 하나씩 들려있었다.

지역 민심은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더민주로 당적을 옮긴 원조 ‘친박’(친박근혜) 진영(65) 의원에 의해 요동쳤다. 진 의원은 인물을 내세워 승부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겠다며 지역 기반을 다져온 황춘자(여·62) 후보를 내세웠다. 국민의당 곽태원(59) 후보는 두 사람 모두 “어차피 여당 사람”이라며 ‘나 홀로 야당’ 전략으로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진영 “오직 용산, 오직 국민” 인물승부=아직 파란 점퍼가 어색한 듯 진 의원은 이촌역을 향하는 시민들에게 조용히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간혹 악수를 권하기도 했다. 지역구 분위기를 묻자 “괜찮은 것 같다”고만 답했다. 진 의원 측 관계자는 “말하자면 ‘이식 수술’을 했는데 거부 반응이 그리 크지 않다.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따금 새누리당 선거운동원과 멋쩍게 인사를 나눴다.

출근길 유세를 마친 뒤 자신의 선거사무소 앞에서 조용한 출정식을 열었다. 용산의 강한 여당세(勢)를 감안해 더민주 당명이 반복되는 선거로고송 볼륨을 최대한 낮췄다. 그는 더민주 지지자 앞에서 “여러분 앞에서 발대식 하려고 서있으니까 감개무량하다. 역사에 후퇴하고 있는 정부여당의 독주 막아내는, 심판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했다.

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낼 때 비서실장을 지냈다. 18대 대선 때 복지공약을 만든 뒤 박근혜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도 역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이었던 기초연금안을 후퇴시키면서 갈등 끝에 사임했다. 공천에서 탈락하자 ‘보복 공천’이라며 새누리당을 탈당해 더민주에 합류했다.

◇황춘자 “진실한 진짜 일꾼” 박심(朴心) 강조=파란색 1t 포터 트럭을 개조한 유세차량에는 ‘진실한 진짜 일꾼 황춘자’ 문장이 선명했다. ‘진실한 사람’을 뽑아달라는 박 대통령의 말에 기대 ‘박심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넉살좋게 웃으며 이촌역을 향하는 직장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몇몇 아주머니들이 황 후보를 알아보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그는 2014년 용산구청장 선거에 나가 낙선했지만, 그 덕분에 지역구를 다져놓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 용산역 앞 광장에서 열린 황 후보의 출정식은 떠들썩했다. 빨간 점퍼를 입은 선거운동원 40여명이 트로트 가수 장윤정의 ‘올래’를 개사한 선거 로고송에 맞춰 율동을 했다. 이형표 유세단장은 수시로 “진영 후보는 영영 새누리당에서 민주당(더민주)으로 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후보 역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 의원이) 새누리당 20년 동안 각종 혜택을 누리다가 하루 만에 옷을 갈아입었다. 최소한의 원칙과 염치도 없고, 구질구질하다”고 비판했다.

◇‘진영’이냐 ‘새누리당’이냐=진 의원의 당선 여부는 친박 ‘공천 학살’에 대한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해석된다. 동부이촌동에 사는 직장인 황모(61)씨는 “인물보다는 아무튼 정당”이라며 진 의원을 비판한 반면 회사원 박모(여·27)씨는 “황 후보보다는 진 의원이 낫다”며 인물평을 앞세웠다.

용산의 진검승부는 현재 초박빙 접전 양상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진 의원(34.7%)이 황 후보(30.9%)를 오차범위(±4.3%포인트)내에서 앞서고 있다. 곽 후보는 5.3%, 정의당 정연욱 후보는 2.6% 등 지지율을 보였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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