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추억 깃든 회화와 영상 등 아르코미술관 라익스아카데미 레지던시 참여 작가 '관계적 시간' 전 기사의 사진
오민, Sonatas, 3채널 HD(1080p) 비디오, 6채널 오디오, 7분 9초, 2016, 사운드 아티스트 홍초선과의 협업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라익스아카데미 레지던시에서 머물며 작업한 한국 작가들의 전시가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개막했다. 라익스아카데미 레지던시는 1870년 윌렘 3세가 세운 왕립학교가 전신으로 약 60개의 스튜디오 및 5개의 프로젝트룸, 도서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작가들은 유럽 미술의 경향을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작업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라익스아카데미와 10여년 교류를 이어왔고 그동안 이곳에 다녀온 작가 중 7명의 작품을 이번 특별전에서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관계적 시간’이다. 현지 낯선 시·공간에서 새로운 이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작가의 시각과 작품세계가 어떻게 확장되는가를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관객 입장에선 국내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다.

임고은 오민 진시우 배고은 등 작가는 각각 2년의 레지던시 기간 개별 창작공간을 제공받아 작품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 큐레이터, 평론가 등과 교류 기회를 갖기도 했다. 각국에서 모인 입주작가들에 의해 추천된 어드바이저들은 국제미술무대에서 널리 활동하는 큐레이터, 비평가, 작가들로 구성됐다. 전시에서는 회화, 영상, 설치 등 30여점을 소개한다.

김성환 작가는 2004년 이후 2년 동안 라익스아카데미에서 함께 작업했던 작가 니나유엔과의 협업작업을 선보인다. 유엔은 일러스트레이터, 카메라 오퍼레이터, 배우, 성우, 김성환의 아이디어와 저작(authorship)을 그녀 자신의 것으로 번역하고 변형시키는 작업을 했다. 유엔이 재연한 김성환의 스토리와 아이디어들은 아카이브, 책, 비디오, 설치, 네러티브 필름의 형식으로 끝이 난다.

손광주 작가는 라익스아카데미에서 겪었던 경험을 창작을 위한 자발적 감금의 상태로 해석했다. 제한된 시간과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창작자의 고통과 해방의 의미를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곤돌라에 갇힌 인물, 되풀이되는 이야기와 틀에 박힌 캐릭터의 해방에 대한 희망, 모종의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여성 연구원의 하루 등이 흥미롭다.

임고은 작가는 영화의 구조주의적 실험을 넘어 작업 경향을 동시대성으로 발전시킨다. 영화에 대한 시적인 분석과 함께 테크니션들과의 협업으로 매체 영역을 실험 영화에서 영상 설치 작업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그의 작품 ‘보(이)다’가 영화관 안에서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작업이라면, 연작 ‘외부세계가 변해서…’는 영화관 바깥의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다시 영화를 생각하는 작업이다.

오민 작가는 악보를 분석하고 악보 속 문자기호들을 오브제, 색, 패턴, 질감, 소리 등 장면을 지각하는 데 필요한 시청각적 기호로 전환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연주자에 의해 분석되고 해석된 문자 기호들을 그 구조에 기초하여 일종의 다이어그램으로 재구성한다. 진시우 작가는 작품은 개인의 삶, 예술 그리고 정치적인 문제를 포함한 까다로운 질문들을 시적으로 다루었다.

배고은 작가는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통제와 불협화음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이를 셀프 고문, 반복 등의 행위로 표현하기도 하고, 가족의 역사 안에서 발생하는 기억을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방식, 특정 신문기사를 모티브로 개인의 사건과 사회의 구조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보여준다. 이를 비디오, 오브제, 퍼포먼스, 사진, 텍스트 작업으로 구현한다.

안지산 작가는 네덜란드 작가 바스 얀 아델(Bas Jan Ader)의 작업과 삶에 대한 단상들로 채워진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바스 얀 아델의 우는 모습이 담긴 3분 가량의 영상은 작가의 회화를 통해 <27sec. 67>이라는 타이틀로 재현된다. 바스 얀 아델의 행위와 작업에 대한 감정이입, 그리고 감성적 밀착을 시간이라는 개념으로 재현한다.

참여 작가와 자리를 함께한 라익스아카데미의 엘스 반 오다익 디렉터는 “레지던시 구성원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라익스아카데미가 예술 커뮤니티로서 기능하고 아티스트의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포럼이 2일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다. 전시는 6월 19일까지(02-760-4608).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