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존엄한 죽음인가” 말기암 그녀의 마지막 3개월 기사의 사진
말기 암 환자인 맹모씨가 지난달 29일 서울아산병원 관찰실에서 간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맹씨는 생의 마지막 3개월을 인공호흡기 등 각종 기계장치에 둘러싸인 채 연명하다 지난달 31일 생을 마감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마흔여섯, 아직 할 일이 많은 나이에 맞는 죽음은 가혹했다. 그녀는 말기 암환자였다. 그것도 하루하루 생명의 불꽃이 잦아드는 ‘임종 단계’에 있었다.

지난달 28일 서울아산병원 12층 관찰실(보조 중환자실)에서 ‘악성 림프종’으로 투병 중인 맹모씨를 처음 만났다. 남편 송모(47)씨는 지난 연말에 휴직하고 간병을 해왔다.

맹씨는 2주째 의식 없이 누워 있었다. 전이된 암은 장기기능 상실로 이어져 황달을 만들었다. 마약성 진통제도 듣지 않는 극심한 통증이 온몸을 짓눌렀다.

그녀를 둘러싼 것은 온통 기계장치뿐이었다. 머리 위 모니터에는 맥박과 혈압 등 ‘바이탈 사인’이 반짝거렸다. 기계 호흡장치(인공호흡기)가 숨을 불어 넣어줬다. 링거걸이에는 승압제(혈압 유지 약)와 항생제, 영양제 팩이 서너 개 매달려 있었다.

맹씨는 2011년 말에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암세포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며 피부에 종양을 돋아나게 하는 희귀암이다. 3년간 피부 종양에 빛을 쪼이는 광선 치료를 꾸준히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백혈구 수치가 너무 낮아 항암 치료를 포기했다.

암이 골수까지 옮은 2014년 11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이때부터 시한부 삶이 시작됐다.

그해 12월 지리산에 있는 암환자 공동체를 찾아갔다. 비슷한 처지의 말기 암환자 50~60명이 자연식과 운동 같은 민간요법으로 ‘연명’하는 곳이었다. 몇 달 뒤 경기도 가평의 암환자 전문 요양병원을 수소문해 갔다.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뜸, 침, 온열치료를 받았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1인실에서 3개월 머물면서 750만원을 썼다. 그 뒤로도 요양병원과 요양원 두세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다가오는 죽음의 시간을 늦추진 못했다.

맹씨는 올해 1월 초 갑자기 헛소리를 하는 섬망 증상이 나타나면서 의식을 잃어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로 실려왔다. 의사는 “회생 가능성이 없다. 하루 이틀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남편 송씨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호스피스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맹씨도 죽음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듯 했다. 3주간 호스피스에서 통증 관리와 영적 상담을 받으며 평안한 이별을 준비했다.

하지만 지난달 초 갑자기 병세가 나빠지자 송씨는 119를 불러 다시 아산병원으로 돌아왔다. 그는 “손을 쓰면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맹씨는 잠시 벗어났던 인공호흡기에 몸을 맡긴 채 지난달 31일 생의 끝을 맞았다. 마지막 순간에서야 온몸을 휘감았던 기계장치를 벗을 수 있었다.

맹씨의 짧은 삶과 죽음은 수많은 말기 암환자와 만성질환자, 그들의 가족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마지막 3개월’을 차디찬 기계장치 대신 인간답게 보낼 수 없었을까.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다. 생명의 존엄함은 태어나면서부터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유지돼야 한다. 이는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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