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둘이 버는데 뭘 그래!”
워킹맘들이 직장 동료나 지인들에게 흔히 듣는 말입니다.

그럼 워킹맘들은 반문합니다.
“오죽하면 우는 애를 떼놓고 나왔겠니?”

맞벌이 가정의 소득과 지출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워킹맘들을 화나게 하고 있습니다. 마치 맞벌이 가정이 과소비하는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인데요. 보고서가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생애주기별 소비 및 저축실태 분석에 따른 노후준비 전략’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보고서는 2014년 기준으로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 동향’ 자료를 기본으로 자녀가 있는 가구를 맞벌이와 외벌이로 구분해 소득분위별 저축 실태를 분석한 겁니다.

보고서에는 저축 비율이 전 계층에서 맞벌이와 외벌이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중산층(소득 3분위)의 경우 외벌이가 맞벌이보다 저축을 많이 한다는 의외의 결과도 나왔죠. 지출 항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사교육비는 저소득층에서만 맞벌이가 외벌이보다 높았습니다. 고소득층은 외벌이의 사교육비가 맞벌이 보다 되레 높았죠.

그렇다면 맞벌이 가구는 어떤 곳에 돈을 많이 썼을까요? 보고서에는 음식과 숙박, 통신 등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출 비율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내용이 담긴 기사 아래에는 댓글이 무려 1200개가 넘게 달렸습니다. 반면 좋아요는 400개에도 못 미쳤죠. 공감을 사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댓글에는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저축하려고 맞벌이 하는 게 아니라 살려고 하는 거다” “외벌이로 주택비와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어 맞벌이하는데 저축이라니…” “홑벌이 한다는 것 자체가 남편이 고소득이라는 거다” “혼자 벌다 마이너스 한계치에 도달해 맞벌이 한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 비판을 뒷받침할 보고서도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가계부채와 노동공급의 상호관계’라는 제목의 보고서인데요. 보고서에는 2014년 기준으로 25~56세 중장년층 기혼 부부 가구를 맞벌이와 외벌이로 나눠 금용부채를 분석한 겁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맞벌이 가구의 부채는 6172만원으로 외벌이 가구의 부채 5194만원보다 978만원 많았습니다.

부채 항목을 살펴보면 남편 명의의 빚은 외벌이에 비해 맞벌이가 10만원 적었지만 아내 명의의 부채는 맞벌이가 988만원 많았습니다. 이 빚은 주로 아파트나 부동산 담보대출에 쓰였는데요. 중장년층 기혼 가구의 금융부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항목은 거주 주택 마련(37.8%남편·아내 공통)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자녀양육비와 외식비가 외벌이보다 맞벌이 가정이 높았습니다. 당연한 결과죠.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양육비나 교육비가 추가로 발생하고 퇴근시간이 늦다보니 집에서 사먹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결과적으로 결혼과 동시에 주택마련을 위해 빚을 지게 되고 그 빚 때문에 자연스럽게 맞벌이를 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맞벌이를 하다보니 추가 비용이 들어 생각만큼 돈이 많이 남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간절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겁니다. 외벌이 경우 주거비용이 들어가지 않거나 외벌이만으로도 그 비용을 감당할 만큼 소득이 높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사진=tvN 미생 캡처

워킹맘들이 전업맘보다 씀씀이가 헤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이 버는데도 저축을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버는 만큼 쓰는 게 아니라 버는 만큼 갚고 있다는 거죠. 때문에 맞벌이 대부분이 생계형인 셈입니다. 자아실현이나 자기계발을 위해 일을 하는 워킹맘은 대한민국에 많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이 초저출산국가가 된 원인은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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