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또 왔어!’ 우리 동네 민원왕을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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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타나면 서울 광진구 화양시장은 얼어붙는다. 반갑게 손님을 맞던 상인들 표정도, 시끌벅적하던 시장 공기도 순식간에 무거워진다. 어김없이 벌금고지서가 날아들기 때문이다.

그는 ‘민원왕’으로 불리는 A씨다.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초까지는 매일 같이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많게는 하루에 40~50건에 달했다. 민원을 제기한 사안은 주로 인도에 물건을 쌓아둔 상점, 노점, 주차 금지구역에 주·정차한 차량이었다.

잘못은 인정하지만, 마치 표적을 정해놓고 민원을 제기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게 상인들 얘기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데 벌금까지 내게 만드는 건 악의적이라는 하소연이다.

과일 노점을 하는 김모(57·여)씨는 20일 “박씨가 2번이나 ‘불법 적치물’ 신고를 해서 벌금 40만원을 냈다”며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팍팍한데 이웃끼리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과일가게 상인 조모(62)씨는 “A씨 때문에 피해를 얼마나 많이 보는지 아느냐”며 화를 냈다. 지금까지 벌금 70만원을 물었다는 조씨는 “이 시장에서 신고를 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하루에 수십 건씩 신고한다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A씨가 이러는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 ‘편집증이 있다’거나 ‘다른 동네에서 쫓겨나 여기서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등의 추측만 무성하다. 한 상인은 “지난해 말쯤 A씨를 만나서 ‘당신이 민원 넣는 사람이냐’고 직접 물어봤는데 ‘아니다’며 발뺌하더라”고 푸념했다. 벌금으로만 200만원을 넘게 냈다는 그는 “이 동네에서 A씨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시장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A씨는 한 달 전쯤 식당을 접었고, 요즘은 민원 제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 송파구에는 한 달 동안 197건의 민원을 제기한 ‘민원왕’ B씨가 있다. B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인터넷으로 “동네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을 단속해 달라”고 민원을 넣는다고 한다. 때로는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한 직원이 있다며 표창을 주라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은 징계하라고 민원을 제기한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왜 항상 비슷한 내용으로 민원을 넣는지 잘 모르겠다. 그 분의 일과인 것 같다. 일기 쓰듯이 매번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한다”고 했다.

이런 반복 민원은 꽤 된다. 행정자치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전국에서 반복 민원 4만7985건이 접수됐다. 반복 민원은 행정력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다만 반복해서 민원을 넣는다고 처벌할 수는 없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안 그래도 단속 인력이 모자라는데 주민 한 명이 수십 차례 민원을 넣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허위 민원이나 신고는 고발 조치되고, 형사처벌로 이어진다. 주모(61·여)씨는 한 달간 121차례 허위 신고를 한 혐의(경범죄처벌법 위반)로 지난 11일 불구속 입건됐다. 주씨가 경찰에 신고한 내용은 주로 “옆집이 벽을 쳐서 시계가 떨어졌다” “사람들이 나한테 욕을 한다” 등이었다. 이 가운데 사실로 확인된 건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 분은 불편하고 불안하면 신고부터 한다. 혼자 지내 외로워서인지 경찰이 오면 어떻게든 말을 붙이려 한다”고 전했다. 주씨는 지난 15일에도 3차례 허위 신고를 해 인근 지구대 경찰이 헛걸음을 하게 만들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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