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사주는 치즈팝콘 나도 진짜 좋아해. 치즈팝콘 없어지고 흔들어먹는 걸로 바뀌니깐 시무룩해하는 모습도 너무 귀여워.”

돈 때문에 남자친구한테 차여야 했던 여대생의 솔직담백한 글이 돌고돌아 고전이 됐습니다. 한양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 올라온 “돈 때문에 남자친구한테 차였어요” 글인데요. 지난해 2월 올라온 이 글은 수없이 복제되며 온라인 공간을 아로새겼습니다.

“저희 집은 가난합니다”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아야했던 여대생은 자신의 배경을 담담히 털어놨습니다. 그녀는 “아버지는 아무 일도 안하시고 집에 계시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월 70만원을 받고 일합니다”며 “어릴 땐 아버지 원망도 많이 했는데 이젠 괜찮다”고 말했는데요. 


점심 챙겨먹기에도 빠듯하고 남자친구와 데이트 하는 날이 저녁 먹는 날이라는 그녀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장학금에 외부장학금을 받지만, 외부 장학금을 집에 보내고 나면 남는 돈은 많이 없죠.

국민만평. 서민호 화백

대학생 10명 중 8명은 학업을 위해 대출을 받았고, 이 중 60% 이상이 아직 빚을 갚지 못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대졸자 137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입니다. 재학 중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은 이들 중 75.1%였습니다. 대출 금액은 평균 1471만원이었고, 대학원 이상 졸업자는 2020만원으로 더 많았습니다.

가난해서 미안한 일 8가지 



그녀는 기념일마다 선물과 편지를 받으면서도 편지만 써주는 자신을 원망했습니다. 같이 여행을 못 간 일도 미안해 했는데요. 가난해서 미안한 일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 기념일마다 편지만 써주는 것 ▲ 기차표가 비싸 내일로 여행 못 간 것 ▲ 데이트때 계속 같은 옷을 입은 것 ▲ 영화 좋아하는 데 잘 못 보여준 것 ▲ 치즈팝콘 못 사다준 것 ▲ DDP(동대문플라자) 유료 전시 못간 것 ▲ 커피 많이 못 사준 것 ▲ 하고싶은 것 같이 못 해준 것

21세기 고전 “돈 때문에 남자친구한테 차였어요”

여대생의 하소연은 1년 동안 인터넷 곳곳에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21세기 고전이 된 셈이죠. 우선 페이스북 글은 26일 1만727명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공유만 546회가 됐습니다.

국민만평. 서민호 화백

댓글은 869개가 달렸습니다. 한 네티즌은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를 댓글로 달며 화답했는데요.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이라는 과거의 시가 현대의 청년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선사했습니다.

“가난이 죄는 아닙니다. 무너지지 마세요. 응원합니다” “경제적으로 가난해도 마음은 부자이신 것 같습니다” “자부심을 가지세요. 돈 때문에 자신을 낮추지 마세요” “가난이 죄는 아니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마치 죄인처럼 살아야하죠. 그래도 힘내세요 돈 때문에 힘들어도 좌절하지 마세요” 등의 위로가 이어졌는데요. 

통계청은 26일 인구동향을 발표하며 “2월에 새로 태어난 출생아 수가 3만4900명으로 통계가 작성된 1990년 이후 역대 최저치”라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2월보다도 2.2% 감소한 수치인데요. 부적절한 환경에서 사멸하는 세포들과 같이 대한민국의 청년들도 세포사멸의 단계에 접어든 지도 모릅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할 수도 없는 사회…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할 문제입니다.

가난한 사랑 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시인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통계 출처
사람인, “학자금 대출 빚, 1인당 평균 1,471만원!”, 2016년 1월 11일 ▶통계 보기
통계청, 2월 인구동향, 2016년 4월 26일 ▶통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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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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