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광주점이 다가오는 ‘스승의날(15일)’ 선물로 고민하는 고객을 위해 실속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스승의 날 선물 안하려고 했는데 김영란법 시행령 보니 5만원 이하로 해야 될 것 같아요.”

스승의 날을 일주일 앞두고 김영란법 시행령이 오늘(13일)입법 예고됐습니다. 온라인 곳곳에선 그야말로 멘붕(멘탈붕괴)을 호소하는 네티즌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시행령엔 공직자가 받을 수 있는 식사 대접, 선물, 경조사비 상한액이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정해졌기 때문인데요. 되레 김영란법이 스승의 날 선물 상한액을 정해준 격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김영란법은 2012년 국회에서 발의돼 통과되기까지 2년 7개월이 걸렸습니다. 지난해 3월 국회에서 통과된 후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9월 말 시행이 예정됐습니다. 시행령은 현실 물가나 정서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상한선 인상을 요구했던 부분이 반영돼 있습니다. 식사는 3만원으로 그대로 유지했지만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각각 올랐죠.

이는 대통령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김영란법이 경제 위축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해 일각에선 공직사회의 뇌물 문화를 근절하기 위한 법인데 내수가 위축된다며 금액을 올리라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반면 여전히 현실과는 동떨어진 상한액으로 내수가 위축된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찬반 논쟁이 첨예한 가운데 또 다른 불만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아이를 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 보내는 부모들의 불만인데요. 이들은 왜 하필 스승의 날을 코앞에 두고 왜 하필 법안을 입법 예고하냐고 지적합니다. 이들은 시행령에 준해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겁니다.

“주지도 받지도 말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상한액 정하는 것부터 문제”
“승승의 날 이틀 전에 입법 예고하는 건 선물 주는 분위기 조성하려고 하는 건가?
“5만원 미만의 상품권이나 선물, 불티나게 팔리겠다”
“김영란법 개정안이 스승의 날 소액선물 방법을 권하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온라인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오프라인 분위기가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확인해봤습니다. 유통업계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응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과거부터 스승의 날을 겨냥한 상품들은 1~3만원 사이의 상품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롯데백화점은 이를 위해 오늘부터 균일가 상품들을 내놓고 바자회를 한다고 합니다. 5만원 미만의 상품권 판매량도 급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온라인은 어떨지 살펴봤습니다. 각종 쇼핑몰에는 마찬가지로 5만원 미만의 상품들이 줄줄이 올라옵니다. 파워 블로그나 카페에는 김영란법을 언급하며 5만원이 넘지 않는 스승의 날 선물을 추천하고 있죠.

실제 법은 어떻게 적용되는 지 확인해 봤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각 기관별로 공무원 관련 법령이 있고 이 법령에는 김영란법 보다 강력한 규제가 포함돼 있어 김영란법 보다 먼저 적용된다”며 “스승의 날은 김영란법과 무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스승의 날 학부모가 담임 선생님한테 4만9900원짜리 선물을 주는 것도 위법”이라며 “학부모는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이를 받은 교사는 징계를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김영란법은 아직 확정된 게 아닙니다. 13일인 오늘자로 입법 예고됐고 앞으로 4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9월28일 시행됩니다. 시행되기까지는 아직 4개월이 넘게 남았죠. 그런데 스승의 날을 앞두고 갈팡질팡하던 부모들 사이에선 마치 확정된 듯한 분위기 입니다. 김영란법이 요상한 기준을 제시한 분위기가 조금 씁쓸하네요.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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