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16년차 기자였습니다. 올해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2주 간의 긴 휴가를 끝내고 골수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갔다. 이번이 세 번째. 첫 번째 골수검사는 백혈병 확진을 위해서였고, 두 번째는 관해(암세포가 사라지는 것)가 잘 돼 항암을 시작해도 되는지 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지금까지 항암치료가 잘 되고 있는지, 재발은 안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골수검사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처치실에 들어갈 때부터 인영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나나 엄마 품에 안겨 있다가 마취 주사에 머리가 뒤로 젖혀진다. 그런 인영이를 홀로 두고 나오고 나면 아내도 나도 서로 다른 쪽 벽을 보고 눈물을 훔친다. 30분쯤 뒤에 비몽사몽하는 인영이가 산소 호홉기를 차고 나오고, 이후 4시간 동안 지혈을 위해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누워있어야 한다.


오랜만의 병원 행이어 그런지 아내나 나나 실수연발이었다. 6시 잠이 덜 깬 윤영이를 친구 집에 맡기고 버스를 놓칠 뻔 한 것을 시작으로 나는 고속버스에 핸드폰을 두고 내렸다 병원에 다 왔다가 허겁지겁 다시 터미널로 뛰어가야 했다. 아내는 버스 안에서 골수검사 전 금식인 걸 깜박 잊고 인영이가 달라는 대로 삶은 계란 반쪽을 먹였다. 그걸 보는 나 역시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인영이 식이요법엔 철두철미한 아내가 그런 실수를 할 리 없다며 마냥 지켜보고 있었다. 백미는 병원 기자실에 노트북 선을 놓고 온 걸 이제야 알았다(내일은 기사를 쓰지 말라는 하나님의 섭리가 아닐지).


그래도 오전의 분주함과 슬픔은 오후 들어 맑게 갰다. 인영이는 골수검사 선물로 동기 김나래 기자가 해외출장에서 사온 ‘왕’ 킨더조이를 받고 행복해했다. 골검결과도 암세포 0, 혈액과 면역수치도 좋아 수혈과 면역촉진주사도 건너뛰었다. 인영이도 집에 가는 게 좋은 지 터미널에서 방방 뛰었다. 집 근처 마트에서 골검 수료 기념으로 콩순이 인형을 고른 인영이는 피곤했는지 극히 이례적으로 9시에 잠들었다.
원래대로라면 내일부터 고용량 항암치료를 위해 5일간 입원해야 했지만 역시나 병실 사정으로 다음주 초야 입원이 될 듯싶다. 아내나 나나 어느새 병실 대기는 익숙해졌다. 어느 부모라도 그래도 잘한다는 병원에 가고 싶을 테고, 내 자식만 귀하다고 먼저 입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도 이기적인 처사인 듯싶다. 그래서 1인실에 입원하지 못할 바에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체념에 익숙해졌다.
 

며칠 전부터는 응답하라 1988에서 노을 역을 맡은 배우 최성원씨도 인영이와 같은 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잘 키워 장가보낼 나이에 덜컥 백혈병에 걸린 자식을 보는 그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질지... 앞으로도 아이들이 신환(새로운 환자)으로 이 병원 응급실에 오는 일이 예전보다 줄어들기를 바란다. 모두 다 하늘보다 귀한 어린 생명들, 어느새 병원 복도에서 마주치는 까까머리 아이들은 익숙하다 못해 사랑스럽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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