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이 소풍가는 날. 엄마는 밤 새 큰 딸 맞춤형 음식을 만들었다. 윤영이 남자친구(벌써 있다;;;) 엄마는 김가네 김밥을 사서 보냈다는데 우리 딸은 깨알 같은 주문으로 엄마를 닥달했다. 다행히 인영이 치료가 없는 날이어서 무수리 미선은 윤영공주의 행차 준비에 열중할 수 있었다.

2학년 윤영이는 요즘 한마디로 좀 웃긴다. 세종청사 근처로 소풍을 온다기에 아빠가 함 가본다고 하니 오면 창피하다고 절대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할 땐 천상 애기다. 그런데 동생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동생이 다 나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울먹일 땐 다 큰 거 같기도 하다. 최근에는 성에 관심이 많아지는 듯 해 엄마가 구성애 선생님의 초등생을 위한 성교육 책을 사주기도 했다. 그 책을 다 보고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엄마 보통 여성은 폐경이 45~53세 사이에 오는데 엄마는 아직 많이 남았으니 너무 슬퍼하지 마. 그리고 지금은 난자가 생기니 셋째 동생을 낳아. 내가 다 키워줄게.”


아이가 잘 크는 것만큼 부모에게 기쁜 일이 있을까. 인영이가 아픈 뒤로 인영이에만 올인하는 듯한 나와 달리 아내는 유독 윤영이한테 미안함을 많이 느끼는 듯 하다. 인영이 치료 때문에 새벽 6시에 일어나 밤 늦게 돌아와 가족이 모두 잘 때 도시락을 만들면서 아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피곤함에 힘들기도 했겠지만 큰딸에 대한 미안함이 조금 가실 거라는 생각에 힘을 냈을 것이다. 벌써 사춘기가 다가오는 듯한 큰 딸과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둘째 딸을 안고 보듬으며 집안 살림까지 해내는 아내. 슈퍼우먼에게 존경과 사랑을 전한다.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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