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받아주고 가격 인하에 흔들린 불매운동, 옥시는 다를까 기사의 사진
2013년 5월 9일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LW컨벤션세터에서 남양유업 김웅 대표와 임직원이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2013년 5월 9일 남양유업 김웅 대표이사 및 임원들이 단상에 올랐다. 김 대표는 “사회적 일으킨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국민 여러분께 사과한다”고 말하며 허리 숙여 사과했다.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막말을 한 음성파일이 공개된 데다 대리점에 ‘밀어내기(무리한 물량 떠넘기기)’를 한 것이 드러나 소비자들의 분노와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남양유업은 이 자리에서 직원들 예절학교와 상생기금 600억원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익숙한 모습이다. 기업들은 물의를 일으킨 뒤 반작용으로 불매운동 조짐이 보이면 비슷한 방식으로 대처해왔다. MPK그룹 정우현 회장이 경비원을 폭행해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미스터피자를 이용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졌다. 미스터피자는 곧 정 회장 이름으로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또 다른 갑질 논란의 장본인 몽고식품의 대처도 다르지 않았다. ‘땅콩회항’ 대한항공도 당사자인 조현아 부사장뿐 아니라 아버지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까지 사과에 나섰다. 이들은 모두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기보단 ‘이미지’를 생각해 국민 앞에 먼저 고개를 숙였다.

이들 기업의 사과에도 여론은 들끓었지만 실질적 ‘불매’의 효과는 미미했다. 불매운동은 부도덕한 기업이 소비자가 가할 수 있는 유일한 심판 수단임에도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다. 초반에 반짝 들끓었다 가라앉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양유업의 경우 2012년까지 업계 1위였다 2013년 매출이 175억원 적자로 수직 하락했다. 다음해에도 261억원 손실을 면치 못했다. 주가도 폭락했다. 2013년 4월 말 ‘황제주’로 불리며 110만원대에 거래되던 남양유업은 8월 말 80만5000원으로 약 30% 떨어졌다. 최근 공시를 보면 지난해 남양유업 영업이익은 201억원 흑자로 다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불매운동 전인 2012년(637억원 흑자) 수준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살아나고 있다.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소비자학과 허경옥 교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기업을 고용을 창출하고 국가 경제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온정적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기 때문에 기업 도산까지 이끌어내는 강력한 불매운동을 정서적으로 안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물의를 일으킨 사업자들이 초격에 가격할인이나 사회적 책임수행 등을 약속하며 소비자들을 단기적으로 누그러뜨리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이득을 챙긴 홈플러스는 ‘가격 인하’로 불매운동 상황을 돌파하려 했다. 지난해 3월 홈플러스 도성환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개인정보 불법판매를 사과한 뒤 “500개 신선식품을 항상 10~30% 싸게 팔겠다”는 방안을 포함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연간 1000억원 이익이 줄어드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후 성명을 내고 “홈플러스 혁신안은 문제 본질인 고객 정보 불법매매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아니다”며 “소비자들 소비행태가 가격에만 집중돼 있을 것이란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100여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 옥시 불매운동 확산이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번만은 달라야 한다”고 말하고 전문가들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 이기 때문에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옥시같은 경우 제품에 유해성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불매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며 “취지가 희석되지 않도록 유통업체에 공문을 보냈는데, 많은 곳이 참여하고 있어 이번에 다를 거라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소비자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서희석 교수도 “지금까지 묻혀있다 올 들어 몇 개월 안에 벌어지는 사태를 국민들이 보면서 사업자(옥시)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추락했을 것”이라며 “정상적이라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게 당연한 흐름이고, 살아남는다면 그게 연구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