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16년차 기자였습니다. 올해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인영이 생일은 5월18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3일 앞당겨 생일 파티를 열어줬다. 인영이가 내일 오후 입원해 다시 무균실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인영이는 그날 엄마와 단 둘이 무균실에서 2시간에 한번씩 체온을 재고, 수액을 맞고, 항암주사를 맞는 병원의 일상을 보낼 것이다.

인영이는 오늘이 생일이라고 생일 케이크를 사러가자고 하니 좋다고 따라나섰다. 생크림 케익은 금지 식품이기 때문에 버터크림이 들어간 뽀로로 캐릭터 케이크를 사러 나갔는데 낭패다. 두 군데를 들렸는데 모두 동이 났다. 어렵사리 세 번째 들어간 빵집에서 뽀로로 대체재인 타요 케이크를 득템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인영아, 생일이 뭐야?”라고 물으니 단호하게 “타요”라고 답한다. 인영이에게 생일은 타요 케이크를 사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촛불을 끄는 것. 생일날에는 언니처럼 원하는 선물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마냥 들뜬 인영이에게 우리 가족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것으로 조촐히 생일 파티를 끝냈다.

이 병을 앓는 환우들은 생일이 이틀인 경우가 많다. 인영이처럼 항암만으로 치료를 받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조혈모세포(골수)이식을 통해 완치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으면 공여자에 따라 혈액형이 바뀌고, 면역체계도 다시 리셋된다. 이식 후에는 신생아처럼 다시 처음부터 예방접종을 맞아야한다. 그래서 귀한 새 생명을 얻었다는 의미에서 이식을 받은 환우들은 이식받은 날을 또 다른 생일로 기념한다고 한다. 인영이보다 5개월 먼저 발병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고 회복 중인 채널A의 황승택 기자도 아마 두 번째 생일을 갖게 됐을 것이다(황 기자 파이팅!).

타요 케이크에 들어있는 그림판에 색칠공부를 마친 아이를 재우고, 아내와 일주일 간 병원 생활에 필요한 짐을 쌌다. 인영이 장난감부터 기저귀, 체온계, 무균실용 슬리퍼 등등. 입원 기간 중 다시 집에 왔다가기 힘들기 때문에 꼼꼼히 챙겨야 한다. 아내는 별 말이 없지만 지난번 입원 때보다 조금 더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한다는 고용량 항암치료이고, 인영이는 이번이 첫 고용량 치료다. 아내는 환우 엄마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예습을 하는 눈치다. 하지만 나와 아내가 아무리 이것저것 챙기고 준비해도 인영이의 힘든 치료를 대신 받지는 못한다는 자괴감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그래도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인영이가 잘 이겨낼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평생 부모에게 할 효도는 태어나서 3년 동안 다 한다는 말이 있다. 인영이는 지난 3년 동안 아내와 내게 큰 기쁨이 됐지만, 앞으로도 하루하루 건강해지면서 효녀노릇을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내년 인영이 생일 케이크는 제 날짜에 초를 켤 수 있게 될 것이라 아빠는 굳게 믿는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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