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16년차 기자였습니다. 올해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오후 4시. 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기퇴근. 점심때 미리 실내세차를 해놓은 차에 일주일치 짐을 싣고 출발. 장인어른이 좀 늦어 한시간정도 집에 혼자있어야 하는 울먹이는 큰공주와 허리에 주사맞는 시늉을 하며 병원 안간다 버티는 인영공주. 아침부터 분주한 아내. 피난길 떠나는 기분.

7시. 병원도착. 지하 돈가스집에서 마지막 사식. 원무과 직원의 무표정한 눈빛과 퉁명한 말투에 집떠남을 실감. 창살없는 감옥. 5일간 나갈수없는 무균실 입성.
아이에겐 아빠보단 엄마다. V자를 그리고 있지만 엄마가 없는 것을 안 인영이 표정이 어둡다.

8시. 인영이 가슴정맥관에 수액 연결. 환자복을 입은 인영이는 자기도 어색한지 쭈뼛쭈뼛. 5인실중 이번에도 인영이는 막내.
입원을 위해 무균병동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는 씩씩한 인영이

9시. 아내를 몰래 처제 집으로 보냄. 지난번 입원때 집에가자 떼쓰는 인영이를 달래지못해 새벽까지 복도를 배회하며 힘들어했던 아내 대신 포기하는법을 가르치기위해 첫날밤 아빠 투입

9시30분. "아빠, 엄마 어디갔어?"
"응 밍짱(처제 별명)네. 내일 아침에 올거야"
"응 근데 아빠, 엄마는?"
이 대화를 수십번 반복.

10시. 재우기 1차시도. 항암 준비를 위해 밤새 수액 맞는 양이 많기 때문에 디펜드 채우고 불을 껐지만 흐느낌이 통곡으로 변함. 작은 불을 키고 달램

10시30분. 2차시도. 엄마 영상통화 부작용으로 눈물콧물. 핸드폰 유투브로 달래며 위생장갑을 끼고 집에서 가져온 구운계란 2개 먹임. 흰자만 먹는 인영이 대신 노른자는 내몫. 텁텁함에 목이 메임.
미국 큰고모가 생일선물로 보내준 선글라스. 언니한테는 딱 맞는데 인영이한텐 조금 작다.

11시. 빨리 자야 엄마를 볼수 있다는 달래기 반, 협박 반으로 인영이를 눕힘. 엄마 쭈쭈 대신 조그만 아빠 찌찌를 만지며 울먹이며 눈을 감
음.
11시33분. 찌찌를 만지는 손 움직임이 점차 잦아들면서 꿈나라로 감. 다시 병원 오겠다는 아내를 안심시킴. 수액 잘 떨어짐. 인영이 열기 없음. 숨소리 양호. 이상무. 아빠의 하루도 끝!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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