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일으킨 주성분으로 지목된 PHMG(Poly HexaMethylene Guanidine)의 위험성이 개발국 러시아로부터 1993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러시아 보건복지부 세체노브 모스크바 의과대학에서는 1993년 “수용성 환경에서의 PHMG 최대 허용 농도에 대한 실험적 추정” 논문을 내고, 수용성 상태에서의 독성을 경고했습니다.

실험 동물들, 2~3일내 급사

국민일보가 입수한 “수용성 환경에서의 PHMG 최대 허용 농도에 대한 실험적 추정” 논문에는 러시아에서 PHMG의 독성을 쥐와 기니피그 등 실험 동물들에게 투여한 실험 결과가 담겼습니다. 연구가들은 1~2% 수용액 상태의 PHMG를 200~3000㎎/㎏ 용량으로 동물들에게 투여했습니다. 몸무게가 10㎏인 어린아이를 가정한다면, 20~600㎎의 PHMG를 투여한 셈입니다. 

PHMG 수용액을 투여받은 동물들은 2~3일 내에 급성 독성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동물들은 움직임 저하, 운동 조정 장애, 빠르고 얕은 호흡, 강직간대성 경련 등을 일으켰습니다. 부검했을 때는 내부 장기, 간의 충혈, 비장의 경화, 폐 부종, 위와 소장의 팽창 등을 보였습니다. 환경부에 의하면 실험동물에 의한 급성독성 시험값이 경구는 300㎎/㎏ 이하이면 유독물로, 흡입독성의 경우 1㎎/ℓ 이하이면 유독물로 지정받습니다. 이 실험결과대로라면 PHMG가 유독물로 지정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급성 독성 실험 첫 2~3일만에 실험 동물들은 죽고 말았다. 러시아 연방 보건복지부 세체노브 모스크바 의과 대학교 논문

아급성 환경에서의 PHMG 독성에 대한 연구도 진행됐습니다. 5~85㎎/㎏ 용량의 PHMG 수용액이 동물들에게 45~50일간 투여됐습니다. 그러자 동물들의 체중이 증가하는 가 하면, 말초 혈액에서 백혈구 양이 증가하거나 혈청에서 알칼리 인산분해효소, 알라닌과 아스파라긴 아미노 전이효소의 증가된 활동이 관찰됐습니다. 

아급성 실험에서 랫트의 혈액 백혈구 함량이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 보건복지부 세체노브 모스크바 의과 대학교 논문


PHMG, 섭취 시 독성 무시할 수준?

한동안 한국에서는 PHMG의 섭취 시 독성이 급성 독성의 정도가 아니라는 판단이 대세를 이룹니다. PHMG는 1997년과 2003년,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국립환경연구원에 유독물이 아닌 물질(고유번호 97-3-867)로 등록됐습니다.

이 논문은 23년 전인 1993년 만들어졌음에도 PHMG의 독성을 경고한 연구입니다. 섭취로 체내 PHMG가 다량 축적되게 된다면 생겨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한 셈입니다. 화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흡입이 섭취보다 위험할 수도 있다”고 표현합니다. 섭취시에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흡입시에 사용하며 실험하지 않았다는 것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의 소지가 있습니다.

환경부는 2012년 9월 PHMG를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로 지정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동물흡입시험보고서는 PHMG는 90일간 반복 흡입시 저농도 노출에서 폐가 딱딱해지는 폐섬유화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GLP시험기관에서 실험한 결과도 유독물 지정기준(LC50, 4시간 1.0㎎/ℓ 이하)에 해당하는 흡입독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에 PHMG를 첨부할 당시, 위험성 여부를 인지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는 세계 최초 가습기 살균제 제품인 SK케미칼(당시 유공)의 ‘가습기메이트’를 개발한 노모씨가 옥시 선임연구원인 최모씨에게 독성 실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보고있습니다. 노씨는 당시 최씨에게 “PHMG는 흡입독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았다”며 “독성 실험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옥시 윗선으로 보고됐지만 옥시는 2000년 10월 자체 실험 없이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가짜 보드카에도 들어간 PHMG, 러시아서 1100여명 숨져


PHMG 성분의 위험성은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을 금지시킨 2011년 전에도 충분히 부각됐던 일입니다. 러시아에선 2006년 PHMG 성분으로 만든 가짜 보드카를 마시고 1100여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또 1만여명이 황달이나 어지럼증 등을 겪어야 했습니다. 에틸 알코올과 PHMG가 섞이며 독성 물질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미국의 연구소인 ‘Informa Healthcare USA’에서는 2011년 7월 출간한 ‘에틸 알코올과 섞인 PHMG가 일으킨 담즙울체성 심각한 간 부상(Acute cholestatic liver injury caused by polyhexamethyleneguanidine hydrochloride admixed to ethyl alcohol)’ 논문에서 PHMG가 에틸 알코올과 반응해 독성 물질을 생성해낸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또 만성간염과 결합해 더욱 심각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도 곁들였습니다. 논문은 PHMG 자체의 독성 효과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 경고합니다.

“정부기관들 책임소재 불분명해 피해 구제 지연”

환경독성보건학회와 한국환경보건학회는 18일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환경독성 및 보건분야 전문학술단체의 결의문을 발표했습니다. 결의문에는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 첫 제품이 나온 뒤 2011년까지 20여 종이 판매되었으며 18년간 800만 명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망자만 130여명에 이른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학회는 “가습기살균제 독성 정보를 알고서도 원료를 공급한 제조사나 흡입독성에 대한 자료도 확보하지 못한 채 제품을 출시한 가습기살균제 기업들의 무책임함”을 이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또 “흡입노출이 예상되는 제품에 대해 흡입독성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절차도 없이 승인을 해준 정부의 미흡한 관리, 공산품에 함유되어 인체에 노출될 수 있는 유해성분을 둘러싼 정부기관들(산자부, 환경부, 식약처 등)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했던 상황”을 피해 구제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성명을 냈습니다.

1. 과학기술과 전문가 역량을 총 동원해서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피해자를 찾아 보상하고 화학물질로부터 국민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재정비하여 또 다른 참사를 예방해야 한다.

2.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이외의 비염, 기관지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과 폐 이외의 다른 장기 피해 그리고 정신적 피해자를 찾을 수 있는 기준 등을 서둘러 마련하고 이에 대한 신고 및 판정을 서둘러야 한다.

3.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과학적 한계, 행정 편의 등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모든 전문성을 동원해서 살균제 건강영향을 규명하고, 살균제 사용자와 피해자의 건강 영향을 추적해야 한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고도 신고하지 못한 잠재적 피해자도 찾아내야 한다.

4. 피해자들에 대한 의료적, 사회경제적 지원 외에도, 정신심리적 측면에서 국가 차원의 지원을 통하여 피해자들이 우리 사회에 안전하게 회복되어 복귀할 수 있는 지원 / 재활 시스템을 신속히 제공해야 한다.

5. 보상대책과 관련하여 현재 석면피해구제법, 환경오염피해구제법, 태안특별법 등으로 나누어져 있는 환경오염 피해구제를 하나의 법체계로 단일화하고 피해역학조사, 피해구제의 범위 등을 보다 포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6. 우리나라의 현행 화학물질 독성시험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유럽의 바이오사이드 관리와 같은 선진국 수준의 엄정성을 확보하고, 독성물질의 안전관리기술의 과학적 첨단화를 추진해야 한다. 유럽과같이 살생제법을 별도로 만들어 살생제품의 시장 출시 전 제품등록과 사전허가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현행 화평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에서 화학물질 관리에 있어 허점이 많이 노출된 만큼,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화학물질과 소비자제품 통합관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7.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화학물질의 등록과 평가를 시행하고, 화학물질의 제품출시후 감시(postmarketing surveillance)가 가능하도록 독성물질감시센터(Toxic Substance Control Center)를 설립해, 화학물질의 피해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근거로 화학물질의 관리를 보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HMG는?

PHMG(Poly HexaMethylene Guanidine)는 살균제나 부패방지제 등에 사용되는 구아니딘 계열의 화학 물질입니다. 다른 살균제에 비해 피부에 접촉됐을 때의 독성이 적고 살균력이 뛰어나 물티슈나 샴푸 등의 용도로 사용됐습니다. 

자문 : 비타민하우스 김미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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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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