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16년차 기자였습니다. 올해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빈 크리스틴. 명품 가방 이름 같은 항암제로 인영이의 항암치료 첫째 날이 시작됐다. 이름과 달리 투약설명서에는 이 약에 대해 ‘신경계 독성으로 손·발 저림이나 근육통 마비감, 변비·복부경련, 메스꺼움·구토, 탈모’ 등의 부작용이 굵고 큰 글씨도 아닌 똑같은 글씨체로 적혀있었다. 빈 크리스틴에 이어 심장 독성이 있다는 부작용을 강조하듯 붉은 색을 띤 다우노루비신이라는 항암제가 2시간에 걸쳐 가슴 정맥관을 통해 인영이 몸에 들어갔다.
세종청사에서 함께 취재하는 김상윤-김하늬 기자가 선물해준 코코몽 모자를 쓴 인영이

투약 이후 혹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지만 인영이가 평소처럼 잘 노는 모습을 보고 병원 기자실로 돌아가 대기모드로 있었다. 저녁 즈음, 아내가 카톡으로 인영이가 밥을 잘 먹다가 갑자기 얼굴이 하얘지고 밥을 안 먹는다는 말에 안절부절 했다. 10분이 지나서 다시 카톡이 왔다. 밥 먹다 응가를 하느라 그런 것 같단다. 아무도 없는 기자실에서 개성공단 폐쇄 뉴스특보를 보면서 크게 웃었다.

 인영이는 얼굴이 조금 부은 거 외에는 항암 첫날을 무사히 넘겼다. 세종시 신혼부부 김상윤-김하늬 기자가 사다 준 코코몽 모자가 마음에 드는지 하루 종일 모자를 쓰고 힙합도 불러댔다. 힙합 가사는 한결같았다. “아빠아~ 롸면(먹고 싶어).”
가톨릭계열인 병원에서 항암치료 전 나눠준 기도문. 인영이 침대 옆 벽에 단단히 붙여놨다.

내일은 또 새로운 항암제를 엉덩이 주사로 맞아야 한다. 이 약을 맞고 당뇨 부작용이 생긴 아이가 있었다는 말에 긴장이 되지만 그래도 오늘처럼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마라톤으로 치면 42.195km 중 이제 막 출발선을 떠나 스타디움을 벗어나는 시기긴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다. 인영아, 완주하면 아빠가 라면 곱빼기로 끓여주마. 힘내라 내 딸!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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