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겨울, 아버지의 투병생활은 서서히 물이 스며드는 솜처럼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쏟아지는 슬픔을 아버지의 삶을 마음깊이 받아들이는 계기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했다.

지금 어린 딸의 싸움은 슬픔보단 아픔이다. 강렬하다. 하루하루 대못이 박히는 듯 하다. 허리뼈 사이에 놓는 척수 항암주사를 맞으며 경기를 일으키는 딸의 구부려진 사지를 간호사와 함께 옥죈 뒤 한동안 아이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그 아버지와 늘 동행했던 내 아버지가 나와 내 딸을 긍휼히 여길 것임을 나는 믿는다.

항암치료를 위해 인영이가 까까머리가 된 날, 병원 지하 이발소에 가서 가장 짧게 머리를 깎아달라고 했다.

#2년 전, 아버지 투병 중 썼던 글
아버지의 돌아가신 뒤 아버지의 007가방은 어머니의 침대 밑에 고이 간직되어 있다.

아버지의 007가방을 가지고 병원에간다. 평생을 모으신 작은 재산 목록과 서류들을 설명해주신다. 어린시절 퇴근길에 가방을 받아들때의 반짝이던 묵직함이 수십년 세월속에 퇴색되어버렸다. 그속에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하던 시절, 차키를 몰래 빼들고 무면허운전을 하던 철없던 시절을 가방은 오롯이 기억하고 있다. 내 나이만큼 됐을 가방이 이제 아버지 병실 침대밑에 누워있다. 함께 누운 나를 다독인다. 그리고 007이름에 걸맞게 아버지를 단단히 지탱하고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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