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16년차 기자였습니다. 올해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2월10일 시작된 3주 일정의 1차 항암치료 중 첫 1주일이 지났다. 20대도 견디기 힘들다는 항암치료이기에 걱정이 많았지만 타고난 건강 체질이었던 인영이는 지난 1주일동안 거뜬히 이를 이겨냈다. 매일 3번 먹는 약부터, 가슴 정맥관을 통한 주사약, 엉덩이 주사, 척수 주사까지 어른인 내가 지켜보기에도 벅차 보이는 치료를 인영이는 큰 부작용 없이 소화해냈다. 주변 분들과 페북 친구들의 기도 빨 때문인지 인영이는 그 흔하다는 구토 부작용도 한번 없이 ‘잘 먹고 잘 쌌다.’

인영이가 일주일 새 가장 많이 한 말은 “약 시러”다. 하루 3번씩 쓴 가루약을 물에 타 먹일 때마다 그 말을 수십 번 외친다. 그러나 엄마가 비타민 약을 쓴 것처럼 먹으면, 자기도 따라서 스스로 잘 먹는 착한 행동도 자주 한다. 애는 애다.
단 4일전 척수 주사를 맞은 이후 아직까지 걷지 못하고 있는 게 안쓰럽다. 그래도 오늘은 엎드려만 있던 어제와 달리 앉아서 놀기 시작했다. 앉게 된 것만으로 감사했다. 아프기 전에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숨바꼭질 한번만 더 하자며 조를 때 피곤하다며 응해주지 않았던 게 떠올랐다.

의사 말로는 인영이가 완치되기까지는 3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처음 1년은 거의 한주 휴식-한주 항암 스케쥴로 항암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아야한다. 나머지 2년은 세 달에 한번 꼴로 항암치료를 받고 그렇게 3년이 지나 재발이 되지 않으면 치료를 종결한다고 한다. 완치 판정은 치료 종결 후 5년 뒤에나 가능하다.
앞으로 인영이에게 남은 치료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지금 받고 있는 관해요법(1차항암치료) 다. 1차 항암에서 ‘관해(치료성공·암세포가 5%이하로 줄어든 상태)에 성공해야 2차, 3차 항암치료에서 관해 상태를 유지하면서 암세포를 박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1차 치료에서 관해가 성공적으로 되면 잠시나마 퇴원을 해서 그리운 집에 다녀올 수 있다.

오후에 20층 무균실에 잠든 인영이를 안고 있을 때 창밖에서 눈이 내렸다. 20층에서 본 눈은 지상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하늘로 하늘로 솟구쳤다. ‘하늘과 지상 어느 곳에서도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처럼 쓸쓸한 밤눈들이 언젠가는 지상에 내려앉을 것임을 안다’고 기형도는 노래했다. 봄날이 오면 우리도 따스한 대지를 밟을 것이다. 그 때는 인영이가 질릴 때까지 숨바꼭질을 해주리라 다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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