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춤과 발레로 각각 찾아오는 '심청' 기사의 사진
국립무용단의 '심청'(왼쪽)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
우리나라에서 심청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눈먼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졌지만 환생해 왕비가 된 심청은 효(孝)의 상징으로 꼽힌다. 판소리로 만들어진 ‘심청전’은 ‘춘향전’ ‘놀부전’과 함께 12바탕의 대표적 작품이기도 한다.

누구나 아는 심청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낸 두 작품이 잇따라 공연된다. 6월 2~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무용단의 ‘심청’과 6월 10~1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심청’이다. 두 작품은 우리나라 춤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수작으로 꼽힌다.

국립무용단의 ‘심청’은 한국 창작춤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매자가 2001년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명창 김소희(1917~1995)가 생전에 김매자에게 완판창과 창작춤을 한 무대에서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데서 시작됐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공연하자는 약속은 미뤄졌고, 작품을 구상하기도 전에 김소희 명창은 타계하고 말았다. 이후 김소희 명창의 마지막 바람을 잊지 않았던 김매자는 판소리 ‘심청전’을 가지고 동명의 춤을 만들었다. 초연 때는 스승 김소희 명창의 유지를 받든 제자 안숙선이 무대에 섰다.

신무용의 본산인 국립무용단이 창작춤을 대표하는 김매자의 작품을 레퍼토리로 받아들인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최근 테로 사리넨, 조세 몽탈보 등 해외 안무가까지 받아들였던 국립무용단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춤으로 듣는 소리, 소리로 보는 춤’이라는 부제를 단 김매자의 ‘심청’은 판소리의 정서를 우리의 몸짓으로 이루어진 창작춤으로 더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공연의 소리꾼으로는 국립창극단의 ‘장화홍련’ ‘서편제’ 등에서 주역을 맡았던 김미진이 나선다.

이번 공연은 무대·음악·의상·조명 등 작품 전반에 새로운 시각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독일 출신 연극·오페라 연출가 루카스 헴레프가 드라마투르그로 새롭게 참여해 원작을 과감하게 수정 및 보완했다. 특히 두 명의 심청이 서로의 그림자처럼 함께 춤추는 장면이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두 무용수가 심청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심청’에서 또 눈여겨 볼 것은 무용수다. 그동안 ‘심청’의 주인공은 안무자이기도 한 김매자가 거의 직접 심청 역을 맡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립무용단의 장윤나와 엄은지가 심청 역으로 더블캐스팅 돼 각각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외에 심봉사 역의 이석준을 포함해 최근 국립무용단에서 주목받는 단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편 UBC의 ‘심청’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초연돼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초연 당시 평론가 박용구의 대본을 토대로 UBC의 초대 감독이었던 애드린 델라스가 안무를 선보인 후 로이 토비아스,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유병헌 등이 계속 작품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덕분에 한국 창작발레의 최고봉이란 평가 속에 UBC의 해외공연 핵심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발레의 종주국’이라 불리는 프랑스 파리와 러시아 모스크바를 비롯해 13개국 40여개 도시에서 공연돼 한국 특유의 ‘효’ 정신과 아름다운 발레가 어울어졌다는 호평을 받았다.

30년째인 올해 UBC의 ‘심청’은 지난 4월 타계한 박용구 헌정공연으로 치러진다. 특히 문훈숙 UBC 단장을 비롯한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박선희 전은선 강예나 등 역대 ‘심청’이 카메오로 출연(재능 기부)해 서곡에서 심청의 회상 장면을 연기한다.

최근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UBC에서 올해 ‘심청’ 출연진은 타이틀롤에 수석무용수 황혜민, 강미선, 김나은 그리고 솔리스트 한상이, 홍향기 등 5명이 캐스팅 됐다.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예브게니 키사무디노프 등 외국인 무용수들이 심청의 상대역인 선장, 용왕, 왕 등에 캐스팅되어 글로벌한 ‘심청’의 면모를 드러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