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살인 사건' 피해 여성을 추모하기 위한 '달빛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24일 밤 신논현역에서 강남역까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강남 살인 사건’이 발생한지 일주일째인 24일 밤, 여성들이 거리로 나섰다. 20대 여성들이 주축이 된 시민 50여명은 ‘밤길을 안전하게 다닐 권리’를 주장하며 서울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에서 강남역까지 행진했다.

‘달빛시위’로 일컬어진 이번 행진은 20대 여성 페미니스트 등이 기획했다. 이들은 ‘나쁜 여자들의 밤길 걷기’ ‘두려움을 넘어 밤길을 함께 걷자’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행진에 참여한 박모(23)씨는 “다른 사람의 힘으로 여성이 밤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자신을 책임지고 주도적으로 행동한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사건이 명백하게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혐오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밤에, 야한 옷을 입고, 술에 취해 거리를 돌아다니는 여성’이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을 경우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여성혐오적 통념을 깨뜨려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여성들이 뭉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대응 방식은 ‘피해를 예방’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우리는 이와 같은 범죄에 두려움이 아니라 당당함으로 맞서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오후 10시20분부터 시작된 행진은 11시30분쯤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마무리됐다. 이들은 행진을 하며 “밤길을 되찾자” “여성혐오 없는 세상 만들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진 도중 사건이 발생했던 건물 앞에 멈춰서 “여성이 안전한 세상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입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근처를 지나던 시민들은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거나 사진을 찍었다.

일부 시민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남성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 추모하는 건 좋은데 본질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행진은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심희정 허경구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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