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습니다. 올해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인영이가 아픈 지 반년이 가까워온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관심으로 인영이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매일 엄마를 그로기 상태로 만들고 있다. 입원 치료를 잠시 쉬는 중간유지 기간에 들어서니 어느덧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인영이는 선물받은 왕 킨더조이 애들을 동생처럼 아낀다. 해외 출장길에 인영이를 위해 발품을 아끼지 않은 동기 김나래 기자와 CBS의 민완기자 곽인숙 후배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저 통은 통계청 대변인실에서 선물해준 수백개의 킨더조이로 재활용(?)되고 있다.

아픈 아이를 둔 부모 모두가 그랬겠지만 확진을 받은 이후 주변 친척, 지인들의 백혈병에 대한 물음에 부모들은 수십, 수백 번 같은 답변을 했다. 경황이 없을 때는 몰랐는데 요즘 그런 질문을 받을 때는 속으로 ‘아, 이런 말은 다음에 또 다른 부모에게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말들이 있다. 누군가는 “걱정이 되서 물어보는 것인데 그런 것 가지고 마음 상하고 그러냐” 할 수 있겠지만 아픈 부모들은 작은 것에도 쉽게 상처받고, 밤잠을 설치게 마련이다.

 “백혈병에 걸린 이유가 머래요?”라는 말은 부모 입장에서 참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다. 아직 의료계에서도 규명하지 못한 것을 부모들이 알리 만무하다. 아이가 아프고 스스로에게 수만 번 했던 질문을 다시 들으면 왠지 모든 게 부모의 탓인 것 같다는 생각에 “이 병이 원인이 없다고 하더라구요..”라고 얼버무리게 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유전이래요?”라고 물을 땐 정말 울고 싶어진다. 의사들은 혈액 암은 고형 암과 달리 유전적 요인이 없다고 하고, 실제 대다수의 소아 백혈병 환우 부모들은 일가친척 중에 같은 병력을 가진 경우가 없지만 그 말은 “어린 애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거 말고 그런 병에 걸릴 일이 뭐가 있겠어”라는 힐책으로 들린다.  묻는 분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하는 말이지만, 스스로를 죄인 취급하고 있는 부모에게는 채찍질처럼 느껴진다.
인영이는 아픈 뒤 언니 장난감은 무조건 "내꼬야"라며 뺐는다. 5살 위 인 윤영이는 그런 동생을 이해하고 보듬어 준다.

물론 지금까지 위로와 힘을 주는 말들을 백배 더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함께 기도해주겠다는 말이 가장 위로가 됐고,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예후가 좋으니 낫는 건 걱정 말라”는 격려는 듣고 또 들어도 힘이 된다. 이럴 때일수록 부모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된다는 조언은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된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가끔 모르고 이런 실수(?)를 하시는 분들을 욕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일이 제발 적어졌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앞으로도 하늘이 무너질 듯한 좌절을 느끼는 부모님들이 주변에 생길 수 있다. 그때 그분들이 상처를 덜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환우 부모들끼리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우리 심정을 누가 알겠어요...”다. 하지만 그 심정을 십분 이해하는 듯한 위로의 말들을 들을 때 부모들은 다시 한 번 힘을 내게 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듯이 연약해질 대로 연약해진 엄마아빠에게 주변의 진심어린 위로는 천금보다 소중하다. 그 소중함에 금이 가지 않도록 조금의 조심을 해줬으면 한다. 물론 무관심보다는 “유전이래요?”라고 묻는 이가 훨씬 더 고맙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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