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생리대’로 발칵 뒤집혔다. 저소득 청소년들이 생리대 사지못해 신발 깔창, 휴지, 수건을 사용하거나 아예 학교를 결석한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이에 '생리대 인권' 문제가 불거지자 지자체와 정치권은 대책 마련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보다 보다 앞서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후원해온 회사가 있다. 소셜벤처기업 ‘이지앤모어’다. 이들은 어떻게 사각지대에 놓인 '깔창 생리대' 소녀들 찾게 됐을까? '깔창 생리대' 소녀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는 ‘이지앤모어’ 안지혜 대표(32)와 노아림 팀장(31)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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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지혜 대표(왼쪽)와 노아림 팀장

‘이지앤모어’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청년창업센터에 입주해있다. 지난 3월에는 이곳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겨우 두 사람만 앉을 수 있는 작은 사무실, 겹겹이 쌓여있는 생리대와 박스, 이곳에서 소녀들을 위한 작은 기적이 시작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선후배 사이로 화장품, 뷰티 등 주로 여성고객을 위한 홍보,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어느날 두 사람은 모든 여성들이 생리대를 걱정 없이 사용 할 수 있는 서비스 사업 계획을 세운뒤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소비자 분석을 위해 ‘생리대’ 시장조사에 나선 두 사람은 저소득층 소녀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안 대표는 "기업과 단체에서 저소득층 소녀들을 위한 단기적인 지원은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매달 생리를 하는 아이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소녀들이 ‘깔창 생리대’를요? 에이...아니죠?”

이 들은 한 부모 가정을 지원하고 있는 ‘한부모가정사랑회’ 황은숙 회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비싼 생리대 구입을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안 대표는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쾅’ 맞은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생리의 혈이 생리대에 닿으면 화학적으로 성분이 바뀌면서 부패가 시작된다. 생리대를 아끼기 위해 장시간 사용하면 그 부패된 세균들이 아이들의 몸에 영향을 미치는데 성장하고 건강해야할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먹먹했다”며 울먹였다.


그 뒤로 안 대표는 6개월 동안 준비해오던 사업 계획들을 다 접고 저소득층 소녀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그리고 ‘생리대’를 유통하고 있는 대기업에 저렴한 가격으로 생리대를 구입하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보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중소기업에서는 오히려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생리대도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을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 OEM 방식으로 생산되는 방식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아이들에게 이런 것을 주느냐?’는 우려가 제기돼 보류시켰다. 

안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결과물을 가지고 그들에게 보여주면 우리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펀딩을 진행하기 위해 모어 박스를 출시시켰다.

사진=모어박스 구성품목

모어박스는 여성에게 필요한 물품(향수, 마스크팩 등)들을 큐레이션 한 것으로 이 박스를 구입하면 상품은 구매자에게 배달됨과 동시에 한명의 저소득층 소녀에게 이지박스가 적립되는 형태이다. 여성들이 매달 구입해야 하는 생리대를 이왕이면 아이들에게 기부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한 것이다.

"소녀들의 '깔창 생리대'사연에 남성들이 움직였다."

1차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90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펀딩이 진행되는 동안 여성보다 남성들이 더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안 대표는 “난 남자라서 생리대가 필요 없는데 꼭 여성들을 위한 모어박스를 사야만 아이들을 후원할 수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이지 박스다.

이지박스는 구입과 동시에 소녀 1명에게 배송이 된다. 남성들은 물론 폐경 후 생리대 구입이 필요 없는 어머니들도 이지박스를 구매해 오히려 모어박스보다 판매량이 더 증가했다.

1차 크라우드 펀딩을 마치고 회사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기 시작할 때쯤 저소득 소녀들의 ‘깔창 생리대’가 사회적으로 이슈화 됐다. 

안 대표는 “보도가 나간 후 가장 큰 변화는 회사의 전화벨이 많이 울린다. 전화해서 ‘엉엉’ 소리내 우는 분들도 있고, 말 없이 우는 분들도 많았다. 또한  ‘어떻게 이런 아이들을 도와주게 됐느냐, 열심히 해달라’며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도 잇따랐다. 특이한 점은 1차 크라우드 펀팅때와 마찬가지로 여성보다 남성들의 후원문의가 많았다. 노 팀장은 “이렇게 많은 남성분들이 참여 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어떤 아버지들은 전화를 걸어와 ‘나도 딸 가진 부모인데...’ 혹은 ‘내가 커피한잔 안 사먹으면 되는 돈’이라며 장기후원을 약속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지앤모어’는 소녀들이 24세가 될 때까지 매달 생리대를 지원한다. 그들이 성장해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인 후원을 해줌으로써 생리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안 대표의 따뜻한 배려다.

후원이 늘었다고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고객들은 ‘이지앤모어’에서 판매되는 생리대 가격을 온라인의 ‘생리대’ 최저가와 비교를 하면서 가격에 의구심을 품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생리대의 대리점 같은 경우에는 대기업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납품을 받는다. 그러면 우리가 또 대리점에서 생리대를 구매를 하다 보니 온라인 최저가 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유통방식을 개선하기위해 대기업에 이메일을 보내기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NO였다.”

또한 그는 “이번 달에 2,000개가 넘게 팔렸다고 해서 2,000명의 모든 아이들에게 후원 할 수는 없다. 다음 달에 또 그만큼의 주문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으면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라며 “오해하는 부분들에 대해 우리가 행동으로 신뢰를 보여드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너희 곁에는 언니들이 있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일회용 생리대가 아닌 면생리대를 지원하라는 의견도 많았다. 면생리대는 1회용 생리대에 비해 장기적으로 빨아서 사용할 수 있고 몸에 건강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대표는 "여자 청소년들이 사용하기에는 시기상조다"고 말했다. 그는 “면 생리대의 장점은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사용 후에는 생리대를 물에 불려야하고 그걸 빨아서 널려면 방이나 외부에 널어놔야 한다. 아빠나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아이들의 경우 예민한 나이에 불편할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면생리대 사용에 대한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생리대가 이슈화 되면서 각 지자체에서 저소득층 소녀들을 위해 생리대를 지원하는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주변 사람들은 안 대표에게 “이제 너희 어떻게 할래?”라며 걱정했다. 

사진= 안지혜 대표는 "정부나 지자체가 보여주기식 정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아이들은 매우 한정적이다. 각 지자체에서 같이 움직여주면 도움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이 늘어나서  기쁘다. 우리는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더 많이 찾아서 도와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가 보여주기식 정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이지앤모어’는 ‘한부모가정사랑회’에 소속된 전국 150명의 소녀들에게 처음으로 생리대를 전달했다. 소녀들이 생리대를 받았을 때 선물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특히 포장에 더 신경을 썼다. 그리고 후원에 동참한 몇몇 분들과 함께 직접 작성한 손 편지도 함께 담았다.

‘이지앤모어’는 다가오는 여름방학에 저소득층의 소녀들을 초청해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이들을 위해 생리대의 올바른 사용법과 미술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마지막으로 안 대표는 “너무 많은 분들이 후원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 특히 소녀들을 위해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함께 협력해주시는 제휴업체와 고객 한분 한분께 다 고맙다. 더 좋은 상품 큐레이션을 통해 또 생리대 때문에 소녀들이 눈물 흘리지 않도록 사각지대의 아이들을 더 많이 찾아 나서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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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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