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세 여인은 각자 나름대로 멋진 플레이로 아빠의 생일을 축하해줬다. 축구평점 전문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과 아무런 상관없이 아빠 표 평점을 매겨봤다.
가족 잠옷 입고 축하 케이크 전에 기념사진 찰칵!

이윤영(9):평점 9.9
모아둔 용돈으로 이마트에서 가장 비싼 반팔 셔츠를 사줬다. 그것만으로 감동이었는데 야구쿠폰(저녁에 같이 야구보며 밤을 불태우자), 슈퍼 심부름 쿠폰(아빠 심부름 언제든지 OK) 등 30여종의 쿠폰북을 선물했다. 단 어제 밤에 아빠랑 같이 자기 쿠폰을 쓰려했더니 아빠 생일날부터라고 거부하더니 오늘은 주말에만 쓸 수 있다는 단서를 내걸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쿠폰북을 선물 받았지만 제대로 한번 사용하지 못했던 악몽이 떠오른 것은 유일한 옥의 티.
학교에서 만든 ‘아빠, 엄마 이렇게 해주세요’ 신문에 “친구들이 자주 놀러가는게 부럽다”는 속내를 드러내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을 들게 하기도 했다.
매년 큰딸 윤영이가 주는 생일쿠폰. 하지만 쓰려고하면 생기는 각종 조건으로 제대로 쓴 적이 없다. 올해는 아빠와 함께자기 쿠폰은 며칠 뒤 말도 없이 없애버리기까지 했다.

김미선(38):평점 8.0
호기롭게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준다고 약속했지만 늦잠을 잔 뒤 미역 대신 사과즙을 건넸다. 저녁때는 닭도리탕을 하다가 힘에 부쳤는지 미역국은 내일 끓여주겠다며 타협을 요구했다. 핸드폰이 집에서 터지지 않는다며 핸드폰 선물을 약속한 다음달 생일까지 기다리기가 어렵다며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그래도 외식을 하라는 주변 언니들의 조언을 거부하고, 두 아이와 씨름을 하면서 남편 생일 상을 직접 차리는 공격적인 시도는 높이살만 하다.
우리집 세 여인. 세명 다 여자라고 침대에서 셋이 자고 아빠는 침대 밑으로 밀어낸다.

이인영(4):평점 4.9
아침에 아빠 생일이라고 아빠 선물 뭐 해줄거냐는 질문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무시했다. 뽀로로 케이크를 갖고 집에 돌아오자 케익에 불을 켜라고 성화를 했다. 불을 붙여 생일축하 노래를 유도했지만 따라 부르지 않고 먹기만 했다. 늦은 낮잠을 잘 때 에어컨과 선풍기로 온도 조절을 해준 아빠의 은덕을 모르고, 깨자마자 엄마만 찾았다. 그러면서 당당히 “아빠 말”이라고 말 타기를 당당히 요구하기도 했다.
아프고 난 뒤 밖에 나가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되도록 많이 나가 놀게 하려고 한다.

MVP: 이인영(4)
그의 무대뽀 정신은 어느 리그에서나 통할 수 있다. 특히 놀 때만 아빠를 이용해먹고 아빠가 원하는 것을 생까는 모습은 매력적이다 못해 치명적이다. 아빠가 화가 날듯하면 새싹이 돋듯 푸르스름한 민머리를 만지며 “아이 머리 없어~”라고 말하는 플레이는 아빠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그녀는 오늘 뿐 아니라 언제나 내 마음속의 MVP(Most Valuable Player)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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