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창핑구의 도로가 21일 홍수로 불어난 물에 무너져 있다. 신화뉴시스

[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천재(天災)로 시작됐지만 역시 인재(人災)로 끝났습니다.
 지난 18~21일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중북부 지역의 기록적인 폭우 이후 홍수와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허베이성에서만 23일까지 114명이 숨지고 111이 실종됐습니다. 주민들은 홍수 경보가 제때 발동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불만을 쏟아냅니다.

중국 허베이성 스좌장시에도 20일 큰 물난리가 났다. 신화뉴시스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은 베이징에서 400㎞ 떨어진 싱타이시입니다. 최소 25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 상태입니다. 특히 인구 2000명의 다셴촌은 지난 20일 새벽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인터넷에는 물에 휩쓸려 진흙더미 속에 나뒹구는 어린이의 사진이 돌면서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사망·실종자 9명 중 어린이가 5명이나 됩니다.


 마을 주민 우모씨는 중국 언론에 “20일 새벽 2시 소란스러워 잠에서 깼더니 이미 집이 침수된 상태였다”면서 “몇 분 만에 물이 2m까지 차올랐고, 지붕으로 대피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고 말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미리 대피했던 1996년 홍수 때와 달리 이번에는 어떤 경고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싱타이시의 피해가 컸던 것은 인근 치리허(七里河) 강둑이 붕괴됐기 때문입니다. 1996년 홍수 때도 둑이 무너졌지만 이후 제대로 된 보강공사가 없었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올해에는 난방용 파이프 매설 공사를 하며 나온 흙을 강에 버려 강바닥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주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건 관리들의 뻔뻔함입니다. 싱타이시 한 고위관리는 지난 20일 인터뷰에서 “현재 인명피해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습니다. 제대로 된 피해 상황이 발표된 건 22일 흥분한 주민들이 시위를 벌인 이후입니다. 싱타이 시장과 관계자들은 결국 23일 공개석상에서 “정부가 강수량 예측을 잘못했고, 비상대책 마련에 소홀했고, 피해 상황을 제때 알리지 못했다”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중국의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 국민)은 관리의 눈과 귀가 공산당의 링다오(領導·지도자)가 아니라 자신들을 향하기를 바랍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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