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영이는 항암 중간 유지 기간에도 일주일에 한번은 병원에 가야한다. 지난 두달 동안 아내 혼자 고속버스로 인영이를 데리고 다녔는데 오늘은 온 가족이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아침밥을 먹고 서둘러 집에서 나와 1시 전에 서울에 도착했다. 오후 2시 진료 예약이지만 진료시간 1시간30분 전에는 피 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지친 엄마 대신 외래 채혈실에 인영이를 데려갔다. 36개월 이상이면 어른과 똑같이 외래 채혈실에서 팔뚝에서 피를 뽑아야 한다. 인영이는 울먹이며 “아파 아파” 하면서도 잘 참았다. 팔에 뽀로로 반창고를 붙인 인영이는 지하 식당에 내려가 떡국을 먹었다.
병원가기 전날, 브런치 카페에서 인영이가 짜장면을 시킨 뒤 멋적게 웃고있다.

2시 진료예약이었지만 40분이 지연됐다. 아내 말로는 1시간은 기본인데 오늘은 그나마 대기 시간이 짧았다고 했다. 기다리는 중간 중간 반가운 환우 가족들을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인영이는 혈액 수치는 다 좋았는데 매일 자기 전 먹는 항암약이 간에 부담이 됐는지 간수치가 많이 올랐다. 담당 교수는 3일만 먹는 항암약을 중단하자고 했다. 간수치가 높아지면 항암은 중단되고 지연된다. 항암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간수치는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항암 6개월째인 인영이가 몸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인영이는 고단했는지 뒷자석 카시트에 앉아마자 잠들었다.
일주일만의 병원 나들이가 힘들었는지 돌아오는 길에 바로 잠들었다. 간수치가 낮아진 탓인가 걱정이 됐다.

병원에 잘 가던 인영이는 오늘 아침에는 병원에 가기 싫다며 떼를 썼다. 며칠 전엔 자기 가슴에 심어놓은 케모포트를 가르키며 이게 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병원놀이를 유달리 좋아하고, 인형들한테 주사를 엉덩이가 아닌 허리에 놓은 걸 보면 조금씩 자기가 아프다는 걸 자각하고 있는 것 같다.
방학인 언니와 휴가인 아빠와 함께 병원에 가니 인영이는 신나했다.

네가 아픈 것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걸, 아프고 힘든 걸 잘 견디고 있는 네가 친구들보다 더 의젓하고 멋진 아이라는 것을 설명해야 할 때가 곧 올 듯싶다. 아직은 병원에 갔다 오는 날엔 마트에 가서 장난감을 사겠다고 혼자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고, 밤에 자기 싫다며 “(어른이 아닌)아이여서 잠을 잘 수 없다”는 심오한 철학을 설파하는 아기지만, 최근 부쩍 자라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엄마아빠를 위로할 날이 곧 올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은 아픈 게 대수냐는 듯 쑥쑥 자라고 있다.(2016년7월27일)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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