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박이일을 찍으러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왔다. 2차항암 3일차. 처음으로 고속버스를 타고 병원에 와봤다. 고속도로 운전경험이 없는 아내인데다 긴 치료기간에 매번 내가 동행할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병원이 터미널 앞이라고는 하지만 아이를 덷고 걷기엔 무리가 될수 있는 거리라 택시를탔다. 택시기사는 성모병원으로 가자는 말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1년 후배 강주화 기자가 인영이를 위해 새로 샀다는 이불. 인영이는 다음날 항암치료를 위해 포근한 이불을 덮고 잘 자고있다.

담당교수는 입원을 못시켜줘서 미안하다 하면서 울산에서 굳이 올라오는 아이도 있다고했다. 그쪽에서 치료하라해도 그런다고, 환아가 너무 많아 포화상태라고도 했다. 왠만하면 대전 집근처에서 치료받는건 어떠냐의 완곡한 표현으로 느껴지는거 보니 병원에 대한 피해의식이 커졌나보다. 오늘은 마취없이 척수주사를 맞았다. 인턴으로 보이는 의사 2명이 처치중 바늘을 찾는 등 초짜 티를 팍팍냈다. 불안했지만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항암 링거를 맞으며 병원 복도를 돌아다니는 인영이. 아이들에게 침상 하나 내어줄 수 없는 열악한 병원 환경이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

오후엔 어디서 잘지 고민했다. 처남집은 나야 눈붙이긴 괜찮지만 인영이 재우기엔 좁고 불편했다. 근처 호텔서 1박을할까 하다가 염치 불구하고 병원서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인 후배 주화 집이 떠올랐다. 빨래를 부탁하더니 이제 재워달라고까지 하려니 망설여졌지만 요즘은 인영이 일이라면 염치고 체면이고 없어진 지 오래다.
10년 전 법조팀 후배일때 술만 마시면 반말로 개기던 후배 주화가 천사가 되서 우리 부부를 위로해졌다.

인영이는 오늘 주사가 힘들었는지 주화네 집에서 밥을먹다 잠들었다. 아이를 눕히고 후배 부부와 함께 인영이 아프고 처음으로 아내와 편히 맥주 한잔 마셨다. 13년전 술만 먹으면 반말로 개기던 법조팀 후배 주화가 천사로 변해 차려준 밥과 과일은 지친 심신을 위로해줬다. 이불이 깨끗하다고 하니 주화는 우리가족 온다고 침구를 새로 샀다고 실토하며 그러니 자주 와야한다고 했다. 정냄새 물씬나는 이불을 덮고 인영이가 코를 골며 자고있다. 편안한 밤이다.(2016년3월9일)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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