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주사 맞는 날이었다. 인형을 업고 기분좋던 인영이는 처치실에 들어가자 이내 눈치를 채고 울기 시작했다. 척수주사는 2인1조로 시행된다. 간호사가 인영이를 새우처럼 등을
웅크리게 한채 꽉 잡고 있으면 레지던트가 10cm 길이의 주사바늘을 등에 꼽고 척수액을 뺀뒤 항암주사를 놓는다.

지난번 두번 실패하고 애만 잡았던 악몽이 떠올라 긴장하며 지켜보는데 간호사가 잡는게 영 시원찮다. 잘잡아주는 전문간호사는 휴무란다. 인영이가 자꾸 움직여 피가 조금 나자 나도 모르게 "안되겠다. 다음에 잘하는 사람 있을때 하자"고 아내한테 말했더니 레지던트가 퉁명스레 "제가 제일 잘해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잡아주는 간호사를 말한건데 자기 딴엔 기분이 상했나보다. 우여곡절끝에 척수주사 처치를 끝내고 인영이는 지쳐서 바로 코를 골고 잠들었다.

환우 보호자들 사이에서 골수의 신이라 불리는 교수가 있다. 골수 척수검사를 기똥차게 잘해서 생긴 별명이란다. 아내는 그 교수에게 매번 처치를 받을수만 있다면 큰절이라도 하고싶다고 했다. 과격한 어떤 보호자는 척수검사 연습은 레지던트 지들끼리 등대고 할일이지 엄한 애들만 잡는다고 울분을 떠뜨리기도 했다. 내가 나서서 관행을 바꿀 수 없으니 요행을 바랄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 인영이에게 차기 골수의 신이라 불리는 레지던트만 배정되길...(2016년4월8일)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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