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하고 조졌는데, 하필 기사 나온 날 위원장한테 감사패를 받았다. 뉴스앤조이 편집장인 친구 양정지건은 ‘부모도 깐다. 자식도 깐다. 어제 같이 밥 먹었어도 깐다. 깔 사안이면 누구든지 깐다’고 저널리즘을 정의했지만 조금 미안했다. 밥 먹으며 아이 컨택을 자주 하며 웃어주는 것(아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으로 미안함을 대신했다.

집에 와 인영이한테 감사패를 보여줬다. 투명하게 반짝이는 게 신기한 지 꼭 쥐어본다. 인영이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아마 아직도 간사다, 머다 하면서 분주하게 살았겠지...
인영이가 아프기 직전, 맞벌이가 조금 고단하긴 했지만 일도, 인간관계도, 가정도 무탈했다. 아내에게 농구, 야구에 이어 골프까지 할 거냐는 구박을 받으면서 골프 레슨도 받았다. 여름에 미국 가서 가족한테 잘하면 된다고 자위하며 마실 술 다 마시고 하고 싶은 운동 다 하고 살았다. 그러다보니 ‘인생 별 거 아닌데?’란 건방진 생각까지 이르렀었다.
그런데 덜컥 인영이가 아프고 나자 내 자만을 지탱했던 모든 것들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리고 삶은 겸손한 마음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잊을 뻔 했던 진리를 다시 깨달았다. 아마 인영이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기자 초년병 시절 경멸했던 일갑영갑(한번 갑은 영원한 갑)이라며 어깨에 힘만 잔뜩 들어간 꼰대 선배로 변해갔을지 모를 일이다.
두 딸과 함께 마트에 가서 장난감을 사주는 저녁의 일상의 소중함, 2년9개월이라는 긴 치료기간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는 책임감, 하루하루 잘 먹고 잘 자는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사함. 이런 것들이 합쳐진 요즘의 내 생활은 활력이 넘치며 충만한 느낌이다.
아빠에게 인생이 무엇인지 한 수 가르쳐준 인영이에게 오늘의 감사패를 바친다.(2016년4월18일)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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