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습니다. 올해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백혈병은 난치병이다. 불치병은 아니지만 완치까지는 긴 시간에 걸쳐 환자와 가족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영이가 앓고 있는 급성림프성백혈병은 완치 판정까지 5년이 걸린다. 항암종결을 하든 골수 이식을 하든지 간에 완치 판정 전까지 백혈병 환우들의 생활은 조심의 연속이어야 한다. 긴장을 한 치도 풀 수 없는 병. 그래서 환자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참 힘든 병이다.
인영이는 지난 반년 동안 힘든 항암치료를 잘 소화해냈다. 6개월 새 까까머리 동자승이 됐지만 아빠 눈에는 누구보다 이쁜 딸이다. 10년이 지나고 새침한 여중생이 돼도 아빠랑 놀아줬으면 여한이 없겠다.

인영이가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백혈병 의증 진단을 받은 지 오늘로 꼭 6개월째다. 6개월 전 역격리된 병실에서 반신반의하며 아이를 안고 잠든 아내를 바라보며 꼬박 밤을 새워 인터넷에서 백혈병 정보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 병은 도대체 어떤 병인지, 궁금한 정보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인영이가 백혈병 확진 판정을 받고, 5년 전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그냥’ 썼다. 매일 밤 무균병동에 아내와 인영이를 놔두고 병원 기자실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울면서 썼다. 그때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쓰는 것 밖에 없었다.
인영이는 언니가 5살때 탔던 자전거를 벌써 탄다. 아들을 낳아 함께 캐치볼하고 싶었던 아빠 소원이 곧 이뤄질 것 같다.

6개월이 지나고 여유가 생기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백혈병과의 싸움을 기록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직 돌도 안 지난 아기의 힘겨운 병원생활을 기록하는 엄마, 2년 넘게 초등학생 환우 아들과 함께 호홉하는 아빠, 자식들을 위해 힘을 내고 있는 투병 중인 엄마,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와 싸워 이제는 학교생활까지 잘 소화하고 있는 여고생까지...
우리는 백혈병과 싸우고 있고, 그 저항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기록을 남기는 것 자체가 저항의 행위다. 쓰면서 힘을 내고, 위로를 받는다.
엄마는 아빠보다 강하고 위대하다.

2달 전 회사 홈페이지에 ‘나는 아빠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그 전에 써둔 글들을 절반가량 올리지 못했다. 올려야지 올려야지 하면서 본업인 기사작성과 인영이 머슴노릇 하느라 짬을 내지못했다.
아빠는 네가 시집가는 날까지 시원한 그늘이 되어 줄테다.

오늘은 휴가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6개월 전 밤을 샜던 기억도 떠올라 그동안 못 올렸던 연재물을 밤새 다 올렸다. 그날 밤처럼 아내와 인영이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그러나 그때처럼 나는 눈물을 흘리는 대신, 감사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글들이 6개월 전 나와 같은 심정으로 인터넷을 뒤질지 모를 엄마아빠들에게 작은 나침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바람을 담아 인영이가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나는 아빠다'는 계속될 것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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