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 전경. 롯데콘서트홀 제공

롯데콘서트홀이 19일 개관 공연을 열고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에 자리잡은 롯데콘서트홀은 1988년 설립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후 28년만에 서울에 문을 연 대형 클래식 콘서트홀이다. 롯데그룹이 사회공헌을 위해 1500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현재 클래식계에서 최고의 음향을 구현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 빈야드 스타일(무대가 중간에 있고 객석이 포도밭처럼 감싸는 스타일)을 국내에서 처음 채택하는 한편 국내 대형 클래식 전용홀로는 처음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했다.

롯데콘서트홀은 당초 18일 각계 저명인사와 임직원 등을 초청해 개관 기념 공연과 함께 공식 행사를 성대하게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롯데그룹 및 오너 일가가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 이어지자 공식 행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따라 18일과 동일한 프로그램의 19일 일반 관객 대상 공연으로 공식 개관을 알렸다.

19일 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에서 서울시향을 지휘한 정명훈. 롯데콘서트홀 제공

19일 공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불참하면서 의례적인 행사 없이 순수하게 치러졌다. 덕분에 롯데콘서트홀의 음향과 이날 연주된 음악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지휘자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콘서트홀에 들어서자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를 보냈다. 정 전 감독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은 1부에서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 Op.72로 시작을 알렸다. 이어 개관공연의 하이라이트인 작곡가 진은숙의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를 세계 초연했다. 롯데콘서트홀이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진은숙에게 위촉한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는 대편성 관현악, 혼성합창, 어린이합창, 파이프오르간이 들어가는 대규모 작품이다. 인간과 우주의 근원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담은 대서사시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객석에서 무대로 올라간 진은숙은 눈물을 흘리며 서울시향과 관객들에게 감사인사를 보냈다. 앞서 진은숙은 이 작품을 정명훈과 서울시향에 헌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2부에는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이 울려 퍼졌다. 롯데콘서트홀의 전면부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의 웅장한 소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연주회는 지난해 말 예술감독에서 사퇴한 정 전 감독이 8개월여 만에 서울시향과 다시 만나는 자리였다. 정 전 감독과 서울시향은 8개월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지난 10년간 쌓아왔던 호흡을 과시했고, 청중들은 열띤 환호와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수차례 커튼콜 뒤에 정명훈과 서울시향은 앙코르곡으로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과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1번, 비제 ‘카르멘’ 서곡을 차례로 연주했다. ‘헝가리 무곡’은 정 전 감독이 서울시향에 몸담던 시절 국내외 공연에서 자주 선보인 단골 앙코르 레퍼토리로 이날 부악장인 웨인 린의 리드로 깜짝 연주됐다. 이것을 몰랐던 정 전 감독은 잠깐 놀란 표정을 지은 뒤 아예 객석에 내려가 앉아 관객과 함께 이를 감상하는 모습으로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정 전 감독은 “롯데콘서트홀은 대한민국의 모든 음악인과 팬들이 기다려온 콘서트홀이다. 이런 중요한 공연에 설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정명훈이 19일 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에서 서울시향 앙코르곡 '헝가리안 댄스'를 연주하는 동안 객석으로 내려가 앉아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이날 공연은 또한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서 생중계돼 1만6000여명이 온라인으로 함께 지켜봤다. 공연 실황은 도이치그라모폰에서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를 제외하고 음반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개관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이성주, 안호상 국립극장장,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정재옥 크레디아 대표 등 클래식계와 공연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특히 김의준 전 롯데콘서트홀 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타계한 김주호 초대 대표를 이어 지난 2014년 5월 취임해 지난 3월 급작스럽게 퇴임했던 김 전 대표는 공연 내내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또 공연이 끝난 뒤 분장실은 한동안 눈물바다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향 단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 전 감독과의 8개월여만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감정이 북받쳐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지휘자 정명훈, 작곡가 진은숙, 소년합창단 지휘자 황지희, 국립합창단 구천 예술감독(왼쪽부터)이 19일 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을 모두 마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