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습니다. 올해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지난주 인영이는 항암 치료 중 가장 힘들다는 강화치료 1주차를 큰 탈 없이 소화했다. 입원 대기가 일주일 넘게 걸린 상황에서 4박5일간의 외래 치료 기간 중 3박을 서울에서 보냈다. 간수치가 높아진 인영이가 서울-세종을 오가는 게 부담이 될 것 같아 병원 근처 호텔에서 묵었다.
4박5일간의 항암치료는 낮병동에서 이뤄진다. 입원처리가 되지만 침상은 이중 절반가량만 제공된다. 나머지 시간은 병원 복도에서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된다.

첫날은 잠만 잘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금 저렴한 호텔에 묵었는데 윤영이 인영이 모두 무섭다며 집에 가고 싶다고 하더니, 병원 옆 특급호텔에서 지낸 후론 두 놈 모두 집에 안가고 호텔에 더 있겠다고 떼를 썼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병원비보다 병원 앞 호텔서 지내는 비용이 더 크다. 그래도 1인실 입원보다는 절반 가량 싸다.

인영이는 항암제를 맞으며 병원 복도 의자에서 누워 자다가 호텔 포근한 침구에서 피로를 풀었다. 4살짜리 아이가 병상 하나 없이 링거 대를 끌고 병원 복도를 배회하는 것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적응이 안 되고 이해도 안 간다. 그렇게 인영이는 비교체험 극과 극을 찍으며 한 주를 넘겼다.
강화 1주차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와 라이딩 중인 인영이. 집이 최고다.

정산해보니 병원비보다 호텔비가 갑절 이상 많이 나왔다. 그래도 올 여름 동생 때문에 물놀이 한번 못한 윤영이를 인영이 몰래 호텔 수영장에 데려갔고, 호텔 뷔페에서 호사도 누렸다. 한산한 도심 호텔에서 뒤늦은 여름휴가를 보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소아 백혈병 환우들을 위한 무균병동 늘릴 예산이 없으면 나라에서 환우 가족들의 숙박비용에라도 소득공제 혜택을 줬으면 좋겠다는 전혀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상상을 하다 혼자 피식 웃는 열대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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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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