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1일, 3.2㎏의 딸이 태어났습니다. 이름은 신채아(1·여). 그날 이후 아빠는 고민에 빠집니다. 어떻게 하면 내 딸이 행복할 수 있을까.

 ‘삼성맨’이던 아빠는 6개월 뒤 회사를 그만둡니다. 꼬박꼬박 집에 월급을 가지고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기업이 권력자의 땅을 대신 사주고, 언론사 주필이 호화 향응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는 세상입니다. 아직 미혼인 저는 딸 가진 아빠의 마음이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채아가 사는 세상이 지금보단 좀 더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신영준(34)씨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신영준씨와 그의 딸 채아

 학창시절 영준씨는 아버지를 자주 보지 못했습니다. 건설 관련 작은 하청업체를 운영하셨던 아버지는 거의 매일 지방에 있는 건설 현장에 나가 계셨습니다. 기억나는 추억이 별로 없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바쁘고 무뚝뚝했지만 그래도 가정을 위해 애쓰셨습니다. 영준씨가 겨우 떠올린 기억은 ‘부대찌개’였습니다. 어렸을 적 경기도 가평 계곡에서 아버지가 부대찌개를 끓여주셨는데 그 모습이 좋았답니다.

 어느 덧 영준씨도 가장이 됐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이후 채아랑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비행기도 태워주고, 같이 장난감 낚시도 하고, 동화책도 읽어줍니다. 딸이 밥을 빨리 먹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답니다. 나쁜 건 아빠를 닮은 거 같아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영준씨가 풀밭에 앉아 딸 채아를 목 위에 태우고 있다

 영준씨가 바라는 ‘딸이 살아갈 세상’은 별로 특별하지 않습니다. 이웃끼리 인사를 좀 더 잘했으면 좋겠답니다. 같이 식사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가진 사람들이 자기의 것을 좀 더 나눌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이런 거대담론이 아니라 그냥 ‘소박담소’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답니다.

 얼마 전엔 딸에게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어줬습니다. 나무는 소년이 청년이 되고 노인이 될 때까지 한 자리에 머물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줍니다. 아빠는 딸이 나무같이 자라길 바랐습니다.

 그는 올 초, 페이스북에 ‘인생공부’라는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적습니다. 보름쯤 전에는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했던 말을 올렸습니다. ‘당신이 좋은 책을 읽고 지식을 얻는 것은, 남을 업신여기기 위한 것은 아니다. 남을 도울 수 있고, 남에게 무엇인가 줄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영준씨는 가끔 카페에서 온종일 책을 보거나 생각을 합니다. 요즘은 서울 상수동의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을 자주 찾습니다.

 회사를 나온 뒤 전업아빠가 된 그는 책을 쓰거나 틈나는 대로 사람들을 만나는데 이때도 유독 독서를 강조합니다. “정보가 홍수처럼 범람한 세상에서 기준을 잡고 살기 위해선 독서를 통해 ‘사색의 방주’를 만들어야 해요. 이왕이면 크게 만들어서 지쳐있는 친구들도 구해줬으면 좋겠어요.”

 영준씨가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더니 딸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글씨도 모르는 주제에 책을 펴들고 있을 때가 가장 귀엽답니다. 영준씨는 사진 속 딸을 바라보면서 마치 동화 속 나무처럼 웃고 있었습니다.

영준씨의 휴대폰 속에 담겨 있던 채아 사진

 채아와 단 둘이 집 앞 공원에 산책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분수에서 물방울이 솟구쳤다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영준씨는 그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졌답니다. 솟아오르지만, 결국 떨어지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삶과도 비슷했습니다.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분수를 보면서 사랑하는 우리 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줬어요.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힘차게 솟구쳐 오르라고. 너의 인생은 도전한 만큼 그래서 높이 올라간 만큼 저 분수처럼 예쁘게 빛날 거라고 말이죠. 우리 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도 이 이야기는 꼭 전해주고 싶어요.”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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