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습니다. 2016년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스테로이드는 운동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이지만 백혈병 아이들에겐 보조 치료제다.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지만 일시적으로 항암 효과가 있다고한다. 그래서 처음 진단받기전에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 백혈병인데 확진 판정을 받지못해 곤란을 겪는 경우도 있다.
난생 처음 일어나자마자 스파게티 요리를 했다. 원한다면 새벽에도 만들어줄 수 있다.

인영이는 띄엄띄엄 소론도라는 스테로이드제를 먹는다. 장기복용하면 뼈가 녹아내릴만큼 독해 특정 항암제 투약때만 먹는다. 이 약의 부작용 중 하나는 식욕증진과 특정 음식 집착이다. 처음엔 아픈 아이들이 다들 볼이 터질듯 해 이상타했는데 그게 스테로이드빨이었다.

이번 주 인영이의 스테로이드빨은 스파게티였다. 워낙 좋아하기도 했지만 어제 하루는 세끼 모두 스파게티였다.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아빠 회사가지말고 스파게티 만들란다. 서둘러 양파를 까고 버섯을 씻었다. 면을 삶고 토마토를 끓는 물에 데쳐 껍질을 깐다. 소스를 만들고 삶은 면을 올리브유에 데쳤다. 아빠표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출근했는데 돌아와 다시 면을 삶아 스파게티를 먹였다.
채혈하느라 팔에서 한번, 항암 아스파 엉덩이주사, 또 팔에서 당검사, 마지막으로 면역촉진제 팔 주사. 4번의 바늘자국을 보고 4번의 울음을 들어야 집에 올수 있다.

강화 2주차 치료 마지막날인 토요일, 6시30분 고속버스를 타고 병원에 왔다. 아침은 우동. 네끼째 면만 먹는 면순이다. 좀전엔 아픈 엉덩이주사를 맞고 울면서 라면을 찾는다. 두시간 금식이라 좀있다먹자하니 더 크게 운다. 이탈리아 놈을 사위로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그랑블루에 나오는 잘생긴 주인공(영화 중간에 스파게티를 아주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온다)정도면 허락해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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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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